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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연기금 '之' 행보에 휘청한 코스닥, 장기투자 절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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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모처럼 코스닥 시장에 활기가 돌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 '코스닥지수 1000' 시대가 개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올 정도로 시장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시장운영과 제도개정, 투자문화 개선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코스닥의 성장동력과 함께 제거해야 할 걸림돌을 점검합니다.

[[코스닥 활성화, 지금이 적기다-②]연기금 매도로 '패닉' 경험…코스닥, 흥행위해 지수개발 필요]

코스닥 지수가 780선을 넘어 10년래 최고점을 찍으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확대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2년 전 연기금의 급작스런 투자금 회수가 코스닥 장기침체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연기금 자금 유입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와 관련, 이렇다 할 원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업 실적이나 성장성 같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니라 기금을 운용하는 책임자의 성향에 따라 투자방침이 오락가락했다는 불만이 시장에 팽배하다.

코스닥 활성화와 관련, 연기금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스닥 투자원칙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코스피만 쳐다본 기관, 지난해 코스닥 4조4705억원 순매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주식을 팔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2015년에는 코스닥 주가급등으로 중소형주 펀드 전성시대가 열렸고 개인 투자자의 직접투자도 활발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은 부진한 수익에 고심하던 상황이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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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지수는 2014년 말 542.97에서 출발, 2015년 7월에 44% 상승한 782.64를 기록했다. 그해 말 682.35로 떨어졌지만 연간 25% 상승했다. 반면 2015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1.7%에 그쳤다.

코스피 부진 영향으로 국민연금은 2015년 국내 주식투자에서 1.67%의 수익률을 거두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이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보수적인 투자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코스피 일변도 투자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6년 2월 취임한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수익률 제고를 위해 중소형주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시장 기대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그나마 보유 중이던 중소형주를 처분하고, 자금운용을 위탁시킨 자산운용사들에도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국민연금은 코스피200 같은 벤치마크지수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투자비율 준수 여부까지 확인했다. 분기별 점검이 월간으로 바뀌었고, 실무진에서는 주간 단위까지 점검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시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규모는 작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재무 안정성이 뛰어난 가치 기업을 발굴하던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코스피200 수익률에만 맞추면 되다 보니 펀드매니저들은 보유하고 있던 중소형주를 내다 팔고, 그 자금으로 코스피 대형주를 사들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코스닥 순매도 금액은 연간 4494억원이었으나 기관 전체 순매도 물량은 4조4705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 매도 종목이 약세를 보이자 다른 기관투자자 손절매가 나오고,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이 전가되는 약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코스닥 동반부진의 책임이 국민연금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펀드매니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코스피200 가운데 특정 종목 비중을 조정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를 가지고 단타 매매를 하거나 일부 종목을 더 사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에도 좋은 종목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투자할 수 없었다"며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자문사로 이직하거나 개인투자자로 대거 전업한 게 이 시기"라고 지적했다.

◇코스닥, 흥행 지속되려면 새로운 지수개발 필요해= 2015년 코스닥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은 201조6313억원이다. 2016년에는 매출액과 순이익이 6~8% 증가하고 신규 IPO(기업공개) 기업도 잇따랐지만 연말 시가총액은 201조523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연기금 주식투자액 124조원 가운데 98%를 코스피에 집중한 불균형의 결과다.

올 들어 정부의 활성화 대책을 촉매로 코스닥 랠리가 시작됐지만, 이를 기관의 전략 변화로 판단하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한 주(13~17일) 동안 코스닥에서 기관 순매매 상위목록을 살펴보면 셀트리온과 신라젠이 각각 1430억원, 1113억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관합계 순매수액 9360억원 가운데 두 종목에 27.2%가 집중됐다. 중소형 성장주에 기관이 돈을 풀었다기보단 코스피200에 투자한 것처럼 대형주 위주로 종목을 쓸어담았다는 얘기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수출주가 코스피 지수를 견인했듯이 코스닥 150지수에 속한 상위 20여 개 종목이 최근 랠리를 끌고 있다"며 "기관이 리스크를 고려해 상위종목 위주로 매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특정 종목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며 "혁신기업이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선 세제지원이나 지수개발 등으로 다양한 코스닥 종목으로 자금이 퍼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거래소를 중심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결합한 지수를 개발하거나, 양 시장에서 우량한 중소형주를 압축한 별도의 지수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도 이 같은 상품은 있다. 100종목으로 구성된 KRX100 지수가 대표적인데, 여기에 코스닥 종목은 8개만 포함돼 있고 그나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주를 차지하고 있어 문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수 개발만으론 부족하고 코스닥에 기관자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가 관건"이라며 "파생상품 장벽을 낮추고 수요를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기관과 외국인 수요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준환 기자 abcd@,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김주현 기자 n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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