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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1년에 106일’ 교장은 출장 중…주말 직원 경조사도 ‘출장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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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일요일 경조사도 출장 처리…‘1호’ 규정 따라 출장비 짭짤

올해 출장 100일 넘는 교장도, 자기 은퇴교육도 출장 처리



한겨레

충북교육청 직원 등이 20일 충북도의회에서 열린 충북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충북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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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의 한 학교 교장은 지난 8월7~8일 강원도 출장을 다녀왔다. 목적은 학교 동문 모임이었다. 영동의 한 중학교 교장은 지난 7월15일 친목회원 예식 참석을 위해 인천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날은 토요일이었다.

20일 충북교육청이 충북도의회에 낸 행정 사무감사 자료를 보면, 충북지역 초중고 교장들의 ‘경조사 출장’이 눈에 띈다. 올해 충북지역 교장들은 64차례에 걸쳐 직원 가족 경조사 때 출장을 다녀왔다. 이 가운데 13차례는 토·일요일이었다. 청주지역 한 중등 교사는 “일반 교직원들은 대개 근무를 마치고 조문을 한다. 토·일요일, 공휴일 경조사는 당연히 사비를 들인다. 교장은 특권층”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교장의 경조사 출장 근거는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소속 직원의 경조사에 기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약간명의 공무원에 대하여 출장 조치가 가능하다”는 지침이다.

하지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6조)은 출장을 “정규 근무지 이외의 장소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출장공무원은 사사로운 일을 위해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복무조례 9조)고 규정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에서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긴급현안 발생 등을 제외하고는 주말·공휴일 근무를 엄격히 제한하라”고 했다.

경조사 출장 말고도 교장들의 관내·관외 출장도 적지 않다. 진천지역 한 고교 교장은 106일(교장연수 33일 포함, 관내 20·관외 86), 괴산지역 한 초등 교장은 104일(관내 34·관외 70), 음성지역 한 초등 교장은 93일(관내 41·관외 52)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 교장이 출장 처리를 하면 시간·거리 등에 따라 적지 않은 여비가 나온다. 교장은 공무원 여비 지급 규정에 따라 ‘제1호’대우를 받는다. 타·시도, 관외(12㎞ 이상) 출장 때 철도(특실)·선박(1등급)·항공·자동차(실비) 등 교통 요금에다 일비(2만원)·식비(2만5천원)·숙박비(실비) 등을 받을 수 있다.

경조사 출장 처리를 한 뒤 출장비를 받지 않은 ‘양심 교장’도 8명(10차례)이 있었다. 진천지역 한 교장은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어 출장 처리를 했지만 경조사가 공무는 아니어서 출장비는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을 앞둔 교장의 특권도 있다. 미래·은퇴 설계 특별 교육이다. 올해 충북지역 교장 33명이 강원 양양, 충남 천안 등에서 3~5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교육을 받았다. 송기복 충북교육청 중등인사담당 장학사는 “은퇴교육은 일반 행정 공무원이 퇴직에 앞서 시행하는 공로 연수 개념이다. 교장의 경조사 출장은 학교 대표로 참석할 때 출장 처리가 가능하지만 공무 논란이 있어 자제토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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