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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중학생도 "포도맛 담배 많이 피워요"… 청소년·여성 유혹하는 '가향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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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인생, 금연] [8]

과일·멘톨향… 흡연 유도하고 담배 더 끊기 어렵게 만들어

가향 담배 판매 비중 20% 육박

조선일보

"아는 중학생 후배들은 중2 때부터 포도향 담배를 피웠대요. 포도향 담배 피우는 중학생들 엄청 많아요."(서울의 고2 흡연 남학생)

중·고교 흡연 남학생 열 명 중 일곱이 '가향 담배'(과일·멘톨향 등 향을 넣은 담배)를 피울 정도로 가향 담배의 폐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가향 담배가 흡연 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13~18세 남학생 흡연자 가운데 가향 담배를 피운다는 비율은 68.3%에 달했다.

특히 연구팀이 올해 초 학생·성인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 한 고교생은 "주변에 담배 피우는 친구 8명 중에 5명은 포도향, 1명은 멘톨향을 피운다"고 답했다. 달콤하거나 시원한 맛의 가향 담배의 유혹에 청소년이 흡연 세계에 입문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성의 경우엔 중·고생 땐 '센 이미지'를 만들려고 향 없는 일반 담배를 피우기도 하지만, 19~24세 여성 흡연자 중에선 가향 담배를 피우는 비율이 82.7%까지 치솟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향 담배는 목 넘김이 부드러워 담배 속 유해물질을 더 깊숙이 삼키게 하는데다, 담배를 더 끊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이렇듯 가향 담배 폐해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가향 담배 흡연자가 급증하고 있다. 조사 업체인 닐슨 보고서 등에 따르면, 국내 담배 시장에서 가향 담배 판매 비중은 2012년 7%에서 2016년 19.4%로 급증했다. 가향 담배 중 특히 캡슐 담배(필터 부분 캡슐을 터뜨리면 향이 퍼지는 담배)는 같은 기간 7.14배(2.2→15.7%)로 늘었다.

미국에선 2009년부터 모든 담배에 가향 물질(멘톨 제외)을 제외하도록 했고, 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담배에 멘톨을 포함한 모든 가향 물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우리 보건 당국도 단계적인 규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식약처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담배 첨가 성분을 단계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2018년 내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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