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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비행기 정비하느라 출발 늦어져도 운임 10~30%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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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배상금 지급 면책 사유에서 '정비' 관련 부분 최소화"]

항공업계 "배상 책임 면하려고 무리한 비행 시도할 위험성"

국토부 "항공사가 예방 정비 충실히 안했을 경우만 배상"

정비 때문에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더라도 고객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정비를 배상금 지급 면책 사유로 인정해주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정비사·조종사 등이 지연을 피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면 항공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을 통해 항공기 운항 지연 시 배상금 지급 면책 사유 중에서 '정비' 관련 부분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항공기 지연 시 운임의 10~30% 정도를 탑승객에게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기상 상태,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 관계, 안전 운항을 위한 정비 등 불가항력적 사유'에 따른 지연의 경우 배상금 지급 면책 사유로 인정해주고 있다.

공정위는 모든 정비로 인한 지연을 면책 사유로 인정해주는 것은 지나치게 사업자 위주 시각이라고 보고 규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항공사·국토교통부와 두 차례 관련 간담회를 갖고 '정비'를 배상금 지급 면책 사유에서 완전히 빼는 것이 아니라 '항공사가 지연을 막기 위해 합리적 조치를 했거나 그 조치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경우'에만 종전처럼 면책 사유로 인정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가 정비로 인한 지연을 막기 위해 예방 정비 등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지연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라며 "분쟁 조정을 하는 한국소비자원에도 항공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정비 문제가 예방할 수 있었던 성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올해 3분기 항공 교통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국제선은 지연 4603회 중 정비 문제에 따른 지연이 205회였다. 국내선은 지연 1만2336회 중 240회가 정비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국제선은 1시간 초과, 국내선은 30분 초과 이·착륙 예정 시각보다 늦어진 것을 지연으로 분류한다.

현재는 국내선의 경우 2~3시간 지연은 운임의 20%, 3시간 이상 지연은 30%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 개정안에는 1~2시간 지연에 대해서도 운임의 10%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선 "항공사들이 배상금에 부담을 느끼면 무리하게 비행을 시도하면서 오히려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항공사들로 구성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인천공항에서 취항하는 80여개 항공사들의 연합체인 항공사운영위원회(AOC) 등에서도 정비에 따른 지연을 배상금 지급 면책 사유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공정위 등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항공사가 배상 책임 등을 면하기 위해 위험한 비행을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납득할 수 없다"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항공사도 지연을 막기 위한 정비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지연이 줄어들어 소비자 이익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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