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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울릉도서 온 수험생들, 힘겨운 객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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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뜰까 10일에 포항 미리 와 해병대 회관서 34명 함께 지내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해병대 청룡회관 1층. 널따란 다목적홀에 준비된 테이블 10여개에 학생들이 네댓 명씩 나눠 앉았다. 테이블을 책상 삼아 부지런히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은 울릉고등학교 3학년생들이다. 지난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6일 앞두고 포항에 왔다. 동해 날씨가 나빠져 여객선이 끊길까 봐 일찌감치 나섰다. 김종태 울릉고 교감이 인솔하고, 교사 4명, 학생 34명이 교과서와 문제집, 일주일치 옷을 챙겨 왔다. 수능을 하루 앞두고 덮친 지진 때문에 아이들은 보름 넘게 객지 생활을 해야 할 처지다. 동해 기상 악화로 여객선은 지난 14일부터 뜨지 못하고 있다. 다시 울릉도로 돌아갔다가는 날짜에 맞춰 시험을 못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학부모들도 여관에 짐을 풀었다.

조선일보

19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울릉고 3학년생들이 테이블을 책상 삼아 공부를 하고 있다. /경북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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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원정 시험은 울릉고 3학년생들의 연례행사다. 1980년대 초 학력고사 도입 때부터 육지로 나와 시험을 치렀다. 시험 당일 각 고사장으로 배부되는 시험지를 멀리 떨어진 울릉도에서 당일에 받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시험 예정일 5일 정도 전에 포항으로 건너와 대비한다.

지난 15일 강진 후부터 학생 34명은 청룡회관을 도서관 삼아 문제를 복습하고 있다. 난생처음 장기간 집을 떠난 데다 지진까지 겪은 울릉고 학생들은 행여나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한다. 한 지도 교사는 "학생들이 객지 생활 일주일이 되면서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현장에서 느낀 지진의 공포가 이번 수능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체류비는 경북도교육청에서 모두 지원한다. 김종태 교감은 "공부도 걱정이지만, 아이들 빨래가 문제"라며 "며칠 전에 오전 공부만 하고 오후에 학생들과 함께 빨래방에 갔다 왔다"고 말했다.



[포항=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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