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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유럽도 무주택자 절반은 '주포자'…셋에 둘은 "집은 성공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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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 취업, 주택 등 인생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를 ‘N포 세대’라 부르는데, 최근 발간된 한 해외 보고서를 보면 ‘주포자(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람)’는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유럽 무주택자 10명 가운데 5명은 평생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계 금융 기업 ING가 유럽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주택과 모기지 국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인 48%가 평생 내 집 장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유럽 무주택자 절반 “평생 집 못 살 것”

조선비즈

그래픽=조숙빈 디자이너



설문 결과에 따르면 ‘평생 집을 사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유럽 무주택자의 48%가 ‘그렇다’고 답했다.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5개국을 통틀어 호주가 62%로 가장 높았고, 영국(56%)과 독일(56%)이 그 뒤를 이었다.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국가의 최근 5년간 주택 가격 상승률을 보면 호주와 영국은 각각 43.7%, 31.1% 상승했고, 독일은 22.8% 올랐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소득 대비 집값도 올라갔다. 소득 상승 속도보다 집값 상승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 독일, 영국, 미국, 호주 등의 소득 대비 집값은 6년 전인 2010년보다 크게 올랐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6년 전보다 소득 대비 집값이 30% 정도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럽 대도시의 경우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주택을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만 된다면 산다…“내 집 마련은 성공의 상징”

유럽 무주택자들이 현실적으로는 내 집 장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그래도 여력만 되면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6%가 주택을 살 능력만 있다면 사겠다고 답했다. 나라별로 이렇게 답한 비율은 폴란드(80%)와 터키(79%), 루마니아(78%), 이탈리아(74%) 순으로 높았다.

유럽(68%)과 미국(66%), 호주(66%) 응답자들의 3분의 2가량은 주택 구매를 현명한 결정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룩셈부르크는 이 같이 응답한 비율이 83%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ING 보고서는 “룩셈부르크는 주택 담보 대출 이자의 일부를 공제받을 수 있고, 작은 원룸 월세가 130만원(1000유로)을 넘을 정도로 주택 임대료가 비싸다”며 “룩셈부르크 집값은 지난 10년간 50%가량, 임대료는 35% 정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페인은 집을 사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답한 비율이 29%로 가장 높았다. 유럽 평균은 19%, 호주는 18%, 미국은 16%였다. 스페인 응답자들이 주택 구매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 이유는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기존 집값의 100%까지 받을 수 있던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80%까지로 줄어 목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응답자들은 주택을 사는 것이 단순히 주거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유럽(65%)과 미국(68%), 호주(64%) 응답자 세 명 중 두 명은 내 집 마련을 성공의 지표로 여긴다고 답했다.

조선비즈

2000~2016년 전세계 주택 가격 지수. /최문혁 기자, 자료=국제통화기금(IMF)




한편 이번 ING 설문조사에는 유럽 13개국(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스페인, 터키, 영국)과 미국, 호주 등 15개국에서 총 1만4811명이 참여했다.

최문혁 기자(m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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