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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비즈 르포] "베드타운 벗어난다" vs "반쪽 개발"…경기북부 테크노밸리의 어색한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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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거리가 있고 대규모 신도시 인구를 감당할 만한 자족시설이 없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거란 우려가 컸는데, 테크노밸리가 들어선다기에 한시름 놨습니다.”
“경쟁지 두 곳 모두를 지정했으니 이도 저도 아닌 나눠먹기식 반쪽 개발이 될까 김이 새네요.”

경기북부 2차 테크노밸리 지역으로 남양주·구리와 양주가 선정되면서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애초에 두 곳 중 한 곳만 선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동 유치로 확정되면서 다소 김이 빠지긴 했지만, 테크노밸리가 고용 유발과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히 크다.

14일 찾은 경기도 양주시와 구리시 일대에는 테크노밸리 유치가 확정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유치 확정을 환영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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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덕정역 앞에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유치 확정을 축하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양주=김수현 기자



경기도에 따르면 양주시에는 섬유와 패션 등을 콘셉트로 한 첨단 산업단지가 55만5000㎡ 크기로 조성되며, 구리·남양주시에는 IT 등 지식 기반 산업단지 29만2000㎡가 들어선다. 총 사업비는 4346억원이 투입된다. 테크노밸리가 만들어지면 양주시의 경우 일자리 2만3000개와 1조8759억원의 경제 효과를, 남양주시와 구리시도 일자리 1만2800개와 1조7717억원의 경제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 양주 “입지 한계 극복할 호재”…구리·남양주 “인구·교통 시너지 기대”

테크노밸리 유치 확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주 지역 현지 중개업계는 크게 반색하고 있다. 양주에는 옥정지구 등 총 1117만㎡ 부지에 아파트 6만가구와 인구 16만여명을 수용하는 경기 북부의 최대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지만,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북쪽에 치우쳐 있고 일자리와 기반시설이 부족한 편이라 다른 신도시에 비해 집값이 정체됐던 곳이다. 이번 선정으로 입지 한계를 넘어 자족도시로 자리 잡고 수요도 채워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용승 옥정파크공인 대표는 “시흥이나 동탄 등 테크노밸리로 먼저 선정된 지역을 보면 선정 직후 주변 아파트값이 5~10% 정도는 올랐다”면서 “수도권 동북부 쪽으로 치우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양주 일대 부동산도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메인옥정푸르지오 공인중개사는 “양주신도시는 그간 베드타운이란 인식이 강해 청약 수요가 제한적이었는데, 앞으로 공급되는 물량은 ‘테크노밸리 효과’를 볼 듯 하다”고 말했다. 양주신도시 옥정지구에만 앞으로 약 3만가구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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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려 있다. /남양주=최문혁 기자



구리·남양주 지역도 테크노밸리 선정을 한껏 반기고 있다. 특히 남양주의 경우 별내·다산신도시 등 대규모 배후 택지 단지가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고 지하철 8호선 연장선 별내선(2022년 개통예정)과 4호선 연장선인 진접선(2020년 개통예정)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어 테크노밸리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남양주시 도농동 애플공인 이동완 대표는 “남양주가 수도권 동북부 지역에선 교통이 편리한 편이고 인구도 계속 늘고 있지만 자족시설이 부족했다”면서 “IT 기반 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첨단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지역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나눠먹기식 ‘반쪽’ 개발 우려도

일부 지역 주민들은 테크노밸리가 ‘나눠먹기식’이 되면서 개발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도 구리·남양주와 양주 중 한 곳만 지정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경기도는 “두 지역의 업종이 다르고 각 지자체와 주민의 열망이 뜨거운 만큼 두 곳 모두 선정하자는 사업지 평가위원단 건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리시 갈매동에 사는 임가을(58)씨는 “공동 유치로 결정나면서 그만큼 지역 발전 효과가 반감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산신도시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최근 H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한 투자자가 테크노밸리 유치 결과를 보고 매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공동 유치로 결정되면서 바로 매물로 내놓았다”면서 “두 곳에서 진행되면 예산이 나뉘어 개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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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아파트단지 공사 현장. /구리=최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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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지역 테크노밸리 개발 콘셉트가 섬유·패션과 IT로 서로 다른 데다, 지역 개발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등 지역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그동안 경기 북부 지역이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개발이 더뎌 소외돼 있다 보니 경기도 차원에서 개발 인센티브를 나눌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역 간 형평성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구리∙남양주=최문혁 기자(m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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