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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송년회 음주로 인한 사고,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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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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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32] 1. 12월 송년회가 하루 건너 잡히고 있다. 아무런 불상사 없이 이 복병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 술이 약한데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크다. 개인적인 송년회야 그렇다 치고 회사 송년회 자리에서 과음을 한 직장인이 귀가 중에 쓰러져 숨졌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까? 회사 송년회에서 주거니 받거니 한 술로 만취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가다보면 넘어지거나 어디에 부딛쳐서 혹은 차에 치여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2. 원칙적으로 "NO"라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 다시 말해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상해 또는 사망이므로 업무와의 관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운동경기, 야유회, 등산대회, 회식, 외부 교육, 각종 회사 내 동호인 활동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해 발생한 사고일지라도 회사 사업상 또는 노무관리상 개최된 행사이고 그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도중에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수가 있다.

가령 송년회가 송년회 참가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했다거나, 사업주가 행사에 참가하도록 지시했거나 사전에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 행사에 참가한 경우로서 사업주가 그 근로자의 행사 참가를 통상적·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많다. 물론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3. 대표적인 판례로 대법원이 2008. 10. 9.에 선고한 2008두8475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을 보자.

회사의 송년회를 겸한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가 2차 회식장소인 노래방에서 사업주가 계산을 마치고 귀가한 후 동료를 찾기 위해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가 노래방 앞 도로에 쓰러져 뒷머리를 다쳐 사망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여기서 망인이 사업주가 마련한 공식 회식의 끝 무렵에 회식으로 인한 주취 상태에서 깨지 못해 일시적으로 남았던 것에 불과하여 회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았고, 그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요컨대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하나의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 관련성이 문제되는데 결국 사업주 주관하에 이뤄진 송년회 행사에서의 사고였냐 그렇지 않았냐가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근로자인 망인이 사고를 당했던 시점에 사용자의 전반적인 지배·관리하에 개최된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이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았고,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비록 사업주가 계산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더라도 회사의 송년회 행사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는 말이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사용한 잣대를 찬찬히 다시 살펴보자.

대법원은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선언한 후, "당초 사용자의 전반적 지배·관리하에 개최된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이 종료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될 때에는 일부 단편적인 사정만을 들어 그로써 위 공식적인 행사나 모임의 성격이 업무와 무관한 사적·임의적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속단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위에서 든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보호에 이바지한다고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 같은 법 제1조)에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만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산재 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업주가 회식을 계획·주관하고 소요경비를 지급했는지 여부, 회식 참석이 강제되는지 여부, 재해 행위가 노동자의 사적행위로 발생했는지 여부, 거래처 접대 등 업무 연장인지 여부, 참석자의 사적·자의적 유흥행위인지 여부를 조사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서장이 아닌 하급 관리자에 의해 회식이 개최된 경우, 공식적인 보고나 공지가 없었던 경우, 친목 도모의 성격이 강한 경우, 비용의 일부를 노동자가 지불한 경우, 일부 인원만이 참석한 경우나 이탈한 경우, 필요 이상의 과다한 음주행위가 있었던 경우, 주점 등 상당한 비용이 지급된 경우, 회식 주관자 등이 이탈한 경우" 같은 경우에는 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송년회 회식으로 인한 사고는 원칙적으로는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둘 필요가 있겠다. 이래저래 주당들에겐 괴로운 연말이 될 것 같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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