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단독]‘PD수첩 제작진 교체’ 등 과도한 요구에 MBC 기조실장 “당신이 사장 하라” 반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김재철·원세훈 임기 중 2차례 만난 것 확인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MBC에 <PD수첩> 제작진을 교체하라는 등 요구가 과도해 국정원에 협조하던 MBC 임원이 국정원 관계자에게 “당신이 MBC 사장을 하라”고 반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정원과 MBC 임원진은 ‘MBC 친정부화’를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협의해갔다.

검찰은 김재철 전 MBC 사장(64)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66)과 임기 중 2차례 만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관여해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이 MBC를 담당하던 정보관(IO) ㄱ씨와 전영배 전 MBC 기획조정실장(60)을 거쳐 김 전 사장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이 방안을 기초로 수시로 국정원의 지시를 전달받아 <PD수첩> 제작진을 교체하고, 김미화·김여진씨 등 정부에 비판적인 출연자들을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정원의 요구가 때로는 과도해 전 전 실장이 국정원 ㄱ씨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전 전 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PD수첩> PD를 교체하는 게 말처럼 쉬운 줄 아나. 당신이 직접 와서 MBC 사장을 하라’고 ㄱ씨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실장의 항의를 들은 ㄱ씨는 ‘문제 인물을 즉각 축출하라는 우리의 강력한 압박에 (MBC가) 당혹감을 표출했다’고 국정원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은 일시적인 것이었을 뿐 국정원과 MBC는 밀월 관계를 이어가며 MBC 친정부화 전략 논의를 계속해 간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검찰에서 “김 전 사장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문건에 적힌 내용이 시행되는 것을 보고 ‘족보대로 운영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실장도 “ㄱ씨와 얘기한 내용을 모두 김 전 사장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재임 당시 원 전 원장과 2차례가량 만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MBC 친정부화 논의를 위한 만남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전 사장 측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만난 것”이라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원 전 원장과는 2차례밖에 만나지 않았을 정도로 친분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사장은 <PD수첩> 제작진 교체와 정부 비판 성향의 출연자 배제 등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을 포함해 5명의 임원들로 구성된 회의에서 관련 조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오히려 김 전 사장이 이들 임원과 공모해 국정원의 MBC 친정부화 전략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