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중국 CCTV "사드 주역, 김관진 구속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부 매체 "한국, 중국에 사드 주도 세력 척결 메시지 보낸 것"]

- 리커창, 文대통령에 '사드' 거론

"韓·中 관계 장애물 치워달라" 시진핑 이어 또 회담서 제기

- 中, 왜 자꾸 사드 꺼내나

"사드 반대를 民意라 주장하다 금방 없던 일로 하긴 힘들 것… 中 국민 감정 해소용인 듯"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회담에서 리 총리가 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리 총리까지 연속으로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 문제를 꺼낸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14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회담 내용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중·한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파트너"라며 "시진핑 주석과 문 대통령이 관계 개선과 발전에 최선을 다하자는 중요한 공동 인식을 달성한 만큼 양국이 쌓아온 정치적 신뢰를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제·무역·금융·제조업·환경보호 등 영역에서 민의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노력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드 얘기를 꺼냈다. 리 총리는 "양국은 최근 단계적으로 사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며 "한국이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중·한 관계 발전의 장애물을 없애 양국 관계가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 궤도로 따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사드를 거론했다. 시 주석은 사드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있어 양측은 역사와 중·한 관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역사의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회담 직후 "사드 얘기는 없었다"던 청와대는 중국 측 발표에 사드 얘기가 나오자 부랴부랴 추가 브리핑을 했다. 이번 리 총리와 가진 회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리 총리가 우회적으로 사드를 거론했다"고만 했었다.

중국 관영 언론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CCTV는 13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군의 사이버 여론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전하면서 그가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배치의 주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친중 성향의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도 "김 전 실장의 구속은 '사드 배치 주도 세력 척결'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한·중 외교부의 공동 발표로 사드는 봉합됐다는 우리 정부 입장과 달리 중국이 계속 사드를 거론한 배경을 두고 '대내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강경한 사드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중국 지도부가 국민이 보는데 하루아침에 이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 주석과 리 총리의 발언은 중국 내 여론을 의식한 차원"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 주석과 리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잇달아 사드 문제를 제기했지만 14일 중국 매체들의 보도는 회담 내용만 전하는 선을 넘지 않았다. 반한(反韓) 감정을 선동했던 환구시보도 사드 관련 논평이 없었다. 반대로 인민일보 산하 해외망은 문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 내용 중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는 없었던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매경한고(梅經寒苦·매화는 겨울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다)" 등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커창 총리 사드 발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에 대해서 언급했고 양국 관계 발전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은 양국 공동의 바람이자 양국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두 차례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일치된 신호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는 등의 표현은 없었다. 이런 정황들로 볼 때 시 주석과 리 총리의 발언을 한·중 관계 회복의 흐름을 뒤바꿀 '이상 신호'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사드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중국 국민의 감정 해소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을 '중국인의 민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전면적인 경제 보복 해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