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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소득세 내리고 脫석탄 속도 조절… 메르켈, 규제 더 풀어 '네 번째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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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베를린=김강한 특파원




"2차 세계대전 직후 라인강의 기적에 맞먹는 경제성장의 황금기가 도래했다."(지난 8일 독일 유력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9월 말 총선에서 승리해 4연임에 성공하자 독일경제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난민 증가, 테러 위협 등 각종 악재에도 메르켈이 재집권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지난 12년간 메르켈이 보여준 탁월한 경제 성과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치 컨설턴트업체 디콤 어드바이저의 랄프 벨트 상무 이사는 "독일 유권자들은 경제적인 번영을 이룬 메르켈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신뢰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메르켈 4기에도 독일 경제가 지금처럼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낮은 물가상승률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양호한 상태다. 집권 기민·기사당 연합이 크리스마스 전까지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면 본격적으로 메르켈 4기 내각이 출범한다.

메르켈의 동독지역 투자와 결단력 빛나··· 성장 전망치 상향 조정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지난 8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동기 대비 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6년 새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수출도 같은 달 3.1% 증가했다. 8월 실업률(15~74세)은 역대 최저치인 3.6%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둘째로 낮은 실업률이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지난 4월 발표한 1.5%보다 0.5%포인트 올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1990년대 장기 침체로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을 메르켈이 12년 동안 경제 강국으로 키웠다"고 전했다.

메르켈이 집권한 2005년부터 독일 경제는 달라졌다. 당시 11%가 넘던 실업률은 현재 3%대로 떨어졌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3만4480달러(3850만원)에서 올해 4만9814달러(5567만원)로 44% 이상 증가했다.

외신들은 메르켈이 독일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첫 번째 비결로 동독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를 꼽는다. 메르켈이 집권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에 1560억유로(203조5000억원)를 쏟아붓고 있다. 메르켈은 동독 경제를 서독 지역만큼 끌어올리지 않고는 독일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서독과 가장 격차가 큰 연구개발(R&D) 분야를 살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정부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기업들은 세계적인 히든챔피언(강소 기업)으로 성장했다. 광학업체 카를차이스, 산업기계 제조업체 나일스-시몬스 등이 대표적인 동독 지역 히든 챔피언이다. 그 결과, 통일 직후 25%였던 동독 지역 실업률은 현재 8% 안팎으로 떨어졌다. 동독 지역 평균 임금도 서독의 90% 수준으로 올랐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메르켈의 과감한 결단력이 빛을 발했다. 세계 금융 위기가 불어닥치자 메르켈은 "독일 정부는 모든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세계가 휘청였지만 메르켈의 이 한마디로 독일 금융시장은 안정됐다.

규제 풀고 세금 줄여 경제성장에 박차

메르켈은 4기 내각을 준비하면서 탄력받은 경제를 더 일으키기 위해 각종 규제 개혁, 세금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중 한 가지가 여행세 폐지라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보도했다. 독일은 2011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연간 10억유로(1조3000억원)를 거둬들이는 여행세를 도입했다. 관광객들이 독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려면 티켓을 구매할 때 목적지에 따라 추가로 7.50~42.18유로(9700~5만4000원)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독일 항공산업과 여행업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왔고, 지난 8월 브리기테 치프리스 독일 경제부 장관은 "새 정부에서 여행세 폐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세가 폐지되면 2018년 독일 GDP가 37억유로(4조8260억원) 늘어나고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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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가 독일 경제를 되살린 비결로 동독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가 손꼽힌다. 동베를린 재개발 붐을 타고 베를린 최고 번화가로 변신한 구(舊)동독 지역의 프리드리히 대로.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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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정책을 추구하는 자민당이 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세금 인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기민·기사 연합과 자민당은 최대 300억유로(39조1300억원)에 달하는 세금 인하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독일 일간 도이체벨레(DW)가 지난달 보도했다. 메르켈은 선거 운동 기간 "소득세를 150억유로(19조5600억원)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자민당은 통일 이후 낙후된 동독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1990년 도입한 '연대세'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CNN은 "이 같은 감세 정책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 독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메르켈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기후변화협약을 무리하게 이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은 지난 11일 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독일은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기후 변화를 막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광산·에너지 노조 총회에 참석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탈석탄 발전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메르켈 정부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은 메르켈 4기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제조업과 첨단 기술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연방교육연구부, 경제에너지부를 중심으로 전 부처가 협업해 연구와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업과 직접 만나 일대일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만들기도 한다.

베를린=김강한 특파원(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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