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5세 이하 아동에 월 10만원 지급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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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아동수당 도입’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아동복지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아동수당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준비 안된 졸속 공약이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
지난 8월16일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5세 이하 아동에게 보호자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아동수당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아동수당법’ 제정안을 8월17일부터 9월4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육아 사이트들에선 벌써 아동수당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이 혹은 부모의 계좌로 입금될 이 수당을 받는 방법, 양육수당과의 액수 차이 등에 대한 문답이 오간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부터 아동수당이 지급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과거 보수진영의 거센 공격을 받았던 ‘학교 무상급식’처럼 소득과 상관없는 ‘보편적 복지’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 연간 3조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란 점 등 때문에 여야 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국회 예산심사와 법안심사 과정에서 좌초되거나 변형될 우려가 있다. 아동수당을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 이미 지급 중 VS 성격 다르다
아동수당처럼 소득에 상관없이 영·유아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지금도 있다. 바로 가정양육수당이다. 정부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자라는 영·유아에게 매달 10만~20만원을 준다. 0~11개월 아이에겐 20만원, 12~23개월은 15만원, 24~84개월 미만까지는 10만원이다.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가정에 직접 주던 양육수당은 중단되고 관련 시설에 보육료가 지급된다. 아동수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미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있는데 새로 수당을 만드는 것은 ‘과잉 복지’이고 ‘이중 수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지급하는 ‘보육료’다. 이와 달리 아동수당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무상보육을 하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아동수당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양육의 책임을 떠안고 가정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아동수당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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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 해법 VS 당장 효과 없다
정부는 아동수당이 복지 차원에서뿐 아니라 저출산 해법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한 달 10만원의 수당만으로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에서 1970~1996년 실시된 아동수당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아동에 대한 현금지원은 출산율 제고에 일부 기여했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저출산은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종합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아이들에게 보편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국가의 관심을 표명하면, 이것이 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출산율을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2월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에 따르면 기혼자의 48.4%는 ‘추가 출산을 중단한 이유’로 ‘자녀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라고 대답했다. 또 기혼자와 미혼자를 합한 전체 응답자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출산과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40.6%)을 꼽았다.
■ 선별 지급 VS 보편적 복지
부자들에게도 똑같이 아동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이번에도 나온다.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초·중·고등학생 중 소득 하위 50% 이하에 선별적으로 15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0~11세 아동 가운데 소득 하위 기준 80%를 대상으로 월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0세부터 5세 아이들에게 모두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재정을 고려해 대상과 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것이 현재의 정부안이다.
복지부는 ‘아동수당은 미래세대에 대한 사회적 투자이자,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므로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돈을 줄 필요가 없는 고소득층 가정을 선별하기 위해 영·유아를 키우는 253만가구를 모두 조사하다 보면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든다는 점도 내세운다. 또 보편적 아동수당을 전제로 기존의 0~5세 자녀 세액공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에 소득에 따른 공정한 분배 효과는 오히려 더 커진다고 설명한다.
돈 있는 집들에도 아동수당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OECD 국가들 간에도 정책이 엇갈린다. 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 멕시코, 터키를 제외한 31개국이 아동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식은 제각각이다. 15개국은 대상 아동들에게 균등한 금액을 지급한다. 5개국은 아이의 연령과 자녀 수 등에 따라 차등을 둔다. 11개국은 고소득층에는 수당을 주지 않는 선별 지급을 하고 있다.
■ 절차 문제없다 VS 타당성 조사
정부가 아동수당 정책을 밑어붙이면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신규사업’은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아동수당은 내년 예산만 1조원이 넘고 그 다음해부터는 매년 3조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아동수당처럼 준비 안된 공약을 밀어붙이면 혈세가 낭비된다”며 “지자체 투입 예산까지 합쳐 3조원이 들어가는데,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500억원 이상의 신규사업이라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는 경우가 있다.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 아동수당 역시 이를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것이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따라붙는다. 심각한 저출산 상황을 이유로 들 수는 있지만, 아동수당은 저출산의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아동수당 예산으로 1조1009억300만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부족한 4000억원가량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담해야 한다. 서울은 40%, 지방은 70%를 국고에서 보조한다. 사회복지비지수와 재정자주도를 고려해 10%를 인상·인하하는 차등보조율이 적용되면 전국 평균 국고보조율은 71.8%다. 내년 7월부터 아동수당을 받는 대상자는 253만여명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아동수당 법안과 예산안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 대부분이 아동수당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아예 백지화될 가능성은 낮다. 정부안 외에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아동수당 관련 법안만 9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중 5개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박광온, 김부겸, 전혜숙 의원이 제출했다. 한국당 김승희 의원,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아동수당 법안을 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부수적인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아동수당은 아동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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