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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베테랑 감독님 긴장하시죠~! 신인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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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현 ‘프리즌’ 강윤성 ‘범죄도시’ 등

참신한 시나리오로 조명 받아

‘7호실’ ‘꾼’ ‘미옥’ 다음 주자들

흥행 바통 이어받을지 주목

충무로 스텝·독립영화계 거치며

실력과 열정 겸비한 새 얼굴

투자·제작사들도 적극 발굴 나서



<프리즌>, <보안관>, <청년경찰>, <범죄도시>…. 2017년 영화계는 신인감독들이 주름잡은 무대였다. 영화계 핫 시즌마다 조심스레 출사표를 던진 신인감독들은 내로라하는 스타감독의 작품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침몰시키며 예상 밖 홈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막 개봉을 했거나 개봉을 앞둔 신인감독의 작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데뷔작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인감독들, 충무로는 왜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주목하고 선뜻 메가폰을 맡겼을까? 이들의 활약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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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의 나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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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시즌을 집어삼킨 신인감독들의 무서운 기세

첫 포문을 연 신인감독은 3월 개봉한 <프리즌>의 나현 감독이다.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손익분기점(200만)을 넘어선 290만명을 끌어모으며 선전했다. ‘장미 대선’을 낀 5월 황금연휴에는 <보안관> 김형주 감독이 있었다. <특별시민>, <임금님의 사건수첩>,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등과 맞선 <보안관>은 “재밌다”, “웃긴다”는 입소문을 타고 258만명을 동원했다. <특별시민>(132만), <임금님…>(163만)을 누르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273만)에 버금가는 성적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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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경찰>을 만든 김주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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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는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이 ‘다크호스’였다. 류승완 감독의 220억원 프로젝트 <군함도>, 송강호를 내세운 150억원짜리 <택시운전사> 등과 대적한 <청년경찰>은 560만명을 동원했다. 총 관객 수는 <군함도>(659만)와 <택시운전사>(1218만)보다 적었지만 제작비(70억원)를 고려했을 때 여름 시장의 진짜 승자는 <청년경찰>이었다.

추석시즌에도 이변은 계속됐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김윤석이 주연을 맡은 사극 <남한산성>,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대흥행을 등에 업은 <킹스맨: 골든 서클> 사이에서 최약체로 꼽혔던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가 무려 650만명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남한산성>(384만), <킹스맨>(494만)을 압도한 박스오피스 1위였다.

남은 하반기도 신인감독의 질주를 기대해볼 만하다.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이용승 감독의 <7호실>(15일 개봉), 현빈·유지태가 가세한 장창원 감독의 <꾼>(22일), 김혜수가 주연한 이안규 감독의 <미옥>(9일) 등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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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만명 흥행을 거둔 <범죄도시>의 강윤석 감독(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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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을 갈며 준비한 신인감독…가능성을 본 투자·제작사

신인감독의 ‘입봉’(첫 영화 개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작사와 투자사 입장에서는 실력이 증명된 기성 감독이 섭외 1순위다. 배우들도 위험부담이 따르는 신인감독의 작품을 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은 “17년 동안 영화판에 있었지만 입봉 직전 영화가 번번이 무산돼 몇 번이나 그만둘 뻔”했다. <범죄도시> 역시 시나리오 완성에만 3년이 걸렸고 영화화까지는 더 긴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 감독은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형사가 조폭 잡는 이야기는 식상하다’, ‘주연이 좀 약한 것 아니냐’는 평가에 좌절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신인감독의 입봉 통로는 크게 두 가지다. 각본, 조감독 등 스태프로 참여하며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거나 독립영화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경우다. <프리즌> 나현 감독은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등을 집필했고, <미옥> 이안규 감독은 이준익·김지운 감독의 조감독과 스태프로 내공을 쌓았다.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은 <코알라>(2013년)로, 이용승 감독은 <10분>(2015년)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제작사와 투자사 관계자들은 충무로와 독립영화계를 오가며 가능성 있는 신인을 찾는다. <청년경찰> 제작사 ‘무비락’ 김재중 대표는 “신인감독은 대개 자신의 시나리오로 입봉을 준비하는데, 오랫동안 부지런히 발로 뛰며 취재해 현실감 있고 참신한 경우가 많다”며 “또 경험 많은 스태프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겸손함이 현장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김주환 감독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봤다고 했다. 그는 “현장 콘티를 두고 ‘이 신은 30초짜리, 이 신은 1분20초짜리’라는 식으로 디테일하게 설명을 했다. 얼마나 오래 준비를 했으면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이 이미 완벽하게 돼 있었겠냐”고 말했다. 그 덕에 <청년경찰>의 현장 편집본과 실제 상영본은 불과 4~5분 차이밖에 나지 않을 만큼 “경제적인 촬영”이 가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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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을 연출한 김형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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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사·투자사 “신인감독 발굴은 이제 전략이다”

최근에는 제작사와 투자사들도 전략적으로 신인감독 발굴에 나서고 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제작한 <7호실>은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감독을 먼저 섭외한 경우다. 심 대표는 “이용승 감독의 전작인 독립영화 <10분>은 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라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밀폐된 공간인 디브이디방에서 주인과 알바생이 각자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콘셉트와 주제만 듣고 ‘함께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인감독 발굴에 가장 적극적인 메이저 투자·배급사다. 올해 <보안관>, <청년경찰>, <7호실> 등 신인감독 작품을 투자배급한 롯데는 내년 개봉 예정인 <레슬러>,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신인감독 작품 3편의 투자배급도 진행 중이다. 이영한 투자배급팀장은 “능력 있는 신인감독을 발굴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 회사는 물론 영화계 전체로도 선순환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라며 “영화는 투자의 과감함뿐 아니라 배우들의 참여도 매우 중요한데, 올해 신인감독들의 선전이 캐스팅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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