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시티] 웨딩 명소로 뜬 완주 비비정마을
완주군, 5년 전 28억원 투입… 레스토랑·카페·공연장 지어
만경강 배경 야외 결혼식장으로… 주민들이 운영 年매출 4억 넘어
읍에서 가장 가난했던 마을, 1년에 15만명 찾는 관광지로
폐철교 위 예술열차 카페도 인기
◇판자촌에 분 변화의 바람
비비정마을은 만경강 인근 자투리땅에 있다. 먹고살기 어려운 이들이 판잣집을 짓고 터를 잡으며 생겨났다. 2011년까지만 해도 완주군 삼례읍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였다. 당시 마을 주민 70여 명 중 80%가 노인, 그중에서도 여성이었다. 마을에 변화가 온 건 완주군이 비비정마을 신문화공간 조성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군은 2012년 11월 30일 마을 부지 1만3183㎡에 28억원을 투입해 농가 레스토랑·비비낙안 카페·야외공연장을 지었다. 주민들이 모여 만든 ㈔비비정이 2013년 1월부터 운영을 맡았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마을을 끼고 만경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만경강을 내려다보는 옛 만경강철교 위에는 폐열차를 개조한 레스토랑이 손님을 맞는다. 이름하여 ‘비비정 예술열차’. 내부를 갤러리와 카페로 꾸며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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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레스토랑에선 주민 7명이 상주한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점심 장사를 하고 토·일요일(월요일 휴무)은 저녁도 판다. 50~70대 여성 5명이 주방일을 하고 20대 결혼 이주 여성이 돕는다. 마을 청년 1명은 사무장을 맡았다. 결혼식 날이면 주민 8명이 시간당 1만원에 아르바이트를 한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땐 마을에서 나는 녹두로 만든 청포묵과 직접 담근 청국장을 팔았다. 웨딩사업을 시작한 뒤엔 홍어탕, 버섯전골을 메뉴에 추가했다. 5년 전까지 일용직으로 일했던 정도순(68)씨는 "일을 할 수 있으니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농가 레스토랑과 비비낙안 카페는 지난해까지 연평균 4억4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재료비와 공과금 등을 빼고 남은 이익은 인건비로 쓴다. 주민들은 평균 150만~20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매출액의 10%는 마을 발전기금이다. 이성용 ㈔비비정 이사장은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없던 마을에 이제는 연간 15만여 명의 관광객이 오고, 주민도 20여 명 늘었다"며 "마을 웨딩 사업이 농촌마을 부활 사례로 꼽히면서, 정부와 완주군이 내년부터 3년 동안 예산 1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비정마을은 만경강을 배경으로 한 결혼식으로 명소가 됐다.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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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이 문화재
비비정마을에 있는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579호)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목교(木橋)로 건설됐다. 길이는 476m. 당시만 해도 한강 철교 다음으로 긴 교량이었다. 1928년 철교로 개량했다. 2011년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새 다리가 놓이면서 기능을 잃었다. 완주군은 이 철교를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4억3400만원을 들여 조명을 설치하는 등 정비에 공을 들였다.
군은 지난 5월엔 이 철교 위에 '비비정 예술열차'를 만들었다. 폐 열차 4량을 구입해 증개축을 한 뒤 내부를 레스토랑·공연장·갤러리·카페로 꾸몄다. 예술가들이 만든 삼래삼색 협동조합이 위탁운영을 한다. 5개월 동안 1만5000명이 이곳을 찾았다.
완산 8경의 하나인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만경강 낙조는 관광객의 눈과 발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하다. 1920년대 삼례와 익산 지역에 상수원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옛 삼례 정수장(등록문화재 제221호)도 색다른 볼거리다. 빨간 벽돌을 이용해 일본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당시 치수 사업의 상황과 건설 기술 등을 잘 보여준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비비정마을은 문화유산과 현대적인 요소가 결합한 국내 최고의 농촌 문화공간"이라며 "마을에서 길 하나 건너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과 연계해 완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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