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내 통신 시장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내놓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경쟁이 쉽지 않은 구조였다. 통신사 지원금과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 경쟁사 제품과는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롯데하이마트 등 양판점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통신사 할인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 대부분은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해 왔다. 따라서 국내에서 단말기를 직접 구입하는 이용자 수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500만명 중 5% 안팎에 그치는 실정. 애플 아이폰을 제외한 나머지 외산폰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이같이 특수한 통신 환경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면 ‘외산폰의 무덤’으로 통하는 국내 통신 시장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일부 경쟁력 있는 외산폰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에서 자급제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판매 중인 해외 업체는 소니, 블랙베리를 비롯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대표적이다.
▶주목할 만한 외산폰은
▷소니 XZ1·화웨이 P10 라이트
소니는 2014년부터 국내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국내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해왔다. 지난 10월 17일 출시한 엑스페리아 XZ1은 소니스토어를 비롯해 SKT 티월드다이렉트, KT 올레샵,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과 전국 주요 백화점, 소니 대리점 30개점, 이마트가 운영하는 디지털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 전국 소니 매장 14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10월 출시된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도 같은 방법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 가격은 69만9000원으로 최근 출시된 LG V30이나 삼성 갤럭시노트8 등 출고가가 90만∼100만원대인 제품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화웨이코리아도 올해 안에 중저가형 스마트폰 ‘P10 라이트’를 한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린 658 칩셋과 5.2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이 제품의 가격은 30만~50만원대 선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러에코’도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 전시장을 열었고 내년 초 스마트폰 판매를 본격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P10 라이트는 5.2형 풀HD 화면에 4GB램, 3000㎃h의 배터리, 안드로이드 7.0이 탑재됐다. 판매가격은 50만원대로 예상된다.
화웨이 P10 라이트 모델은 앞서 일본에서 출시된 뒤 지난 9월 셋째 주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6위를 기록,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 최고 순위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앞서 인공지능 기능 칩셋 ‘기린 970’을 탑재한 ‘메이트 10 프로(799유로, 약 106만원)’ 11월 출시를 예고하면서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투트랙으로 공략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 블랙베리를 제조하는 알카텔모바일은 롯데하이마트와 손잡고 ‘블랙베리 키원’을 판매하기로 하는 등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블랙베리 키원은 블랙베리의 최신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모션’보다 먼저 출시됐지만 쿼티 물리 키보드가 채용된 덕분에 해외직구를 통해 마니아층에 인기를 끈 모델이다.
한때 SK텔레콤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판매되다 2013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블랙베리가 롯데하이마트와 손을 잡은 건 이동통신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단말기 완전자급제 이후를 대비하려는 의도다.
이동통신 유통점 관계자는 “알카텔모바일이 설현폰으로 알려진 ‘쏠3(Sol3)’도 자급제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정식 출시 안 했지만
▷샤오미 미믹스2·구글 픽셀2 눈길
아직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선보이지 않았지만 주목받는 외산폰도 있다. 이들은 모두 아직까지 해외직구 등의 형태로 구입 가능하다.
샤오미는 지난 9월 베젤이 없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믹스2’를 공개하며 삼성에 도전장을 냈다. 미믹스2 액정 크기는 5.99인치로 전작 미믹스(6.44인치)에 비해 줄었지만 2080×1080 해상도에 LG전자 V30과 같은 18:9의 화면비를 갖췄다. 배터리 역시 전작의 4400㎃h보단 용량이 낮아졌지만 갤럭시노트8, V30과 비슷한 3400㎃h다. AP는 퀄컴의 최신 칩셋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가 채택됐다.
갤럭시노트8이나 LG V30도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듀얼 카메라 없이 싱글 카메라(후면 1200만화소, 전면 500만화소)만 적용된 점은 아쉽지만 가장 저렴한 모델 가격이 3299위안(약 56만원)으로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단 저렴하다.
대만 HTC 연구개발(R&D) 인력을 인수하며 다시 스마트폰 제조에 뛰어든 구글은 최근 ‘픽셀 2XL’ ‘픽셀2’를 세계 시장에 출시했다. 하지만 번인 현상(화면을 전환해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잔상이 남아 있는 현상)과 함께 물량 공급 문제로 한국 출시는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픽셀2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픽셀폰 시리즈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한다. 5인치(1080×1920)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했다. 4GB램, 64GB·128GB 내장메모리, 2700㎃h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대만 HTC가 제조를 맡았다. 픽셀2 XL은 베젤리스 디자인을 새롭게 적용했다. 스마트폰에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은 77.42%다. 6인치(1440×2880) P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으며, 배터리는 3520㎃h 대용량이다. 무게는 172g이다. 나머지 사양은 픽셀2와 모두 동일하다. LG전자가 제조를 맡았다.
외산폰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스마트폰을 정식 판매하면서 과거 해외직구를 통해 구해와도 구매자가 직접 전파인증을 받아야 했던 번거로움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다만 여전히 외산폰은 사후관리(AS)가 어려운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액정이 깨지거나 부품이 파손될 경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의 스마트폰은 전국 직영점 AS센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외산폰은 AS센터가 많지 않다. AS 편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소비자 특성 때문에 외산폰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 수입원이나 병행 수입, 해외직구 등을 통해 외산폰을 구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AS 인프라는 불모지나 다름없다”며 “단말기, 제조업체에 따라 위탁 또는 사설 업체를 통해 AS가 가능한지 미리 확인한 후에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격 저렴한 외산폰을 이용해야겠다면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 AS 방법을 미리 알아둬야 갑자기 수리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 AS센터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화웨이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용산전자랜드를 비롯해 전국 주요 지역에 있는 TGS(TG삼보) 오프라인 수리점을 AS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TGS는 전국에 많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 택배(CU·GS25)를 활용한 AS 접수를 받는다. 지난해 말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직영 AS센터 1호점을 열었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브랜드 스마트폰 AS를 직영 AS센터 8곳과 SKNS(SK네트웍스서비스)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다.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일반 택배를 활용해 센터로 제품을 보낼 수 있다.
잠깐용어*단말기 완전자급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유통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통신사는 단말기를 끼워 팔지 않고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비자는 단말기를 구매한 후 이통사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1호 (2017.11.01~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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