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몰카 범죄 5185건 '몰카 공화국'
디지털 성범죄 막을 '빨간원' 캠페인 진행
휴대전화 카메라 경고 의미 빨간원 부착
SNS에 연예인 등 캠페인 동참 쭉 이어져
한달 안돼 준비물량 6만개 소진 추가제작
전국 확산 10월30일 빨간원 행동의 날
빨간원 프로젝트 연예인 1호 참여자 배우 설경구의 인증사진.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결혼을 앞둔 20대 여성은 지인에게서 예전 남자친구와 함께 찍힌 것으로 보이는 몰래카메라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대인기피 증상을 보인다. 동영상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면 피해자 가족 등으로부터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고 전했다.
몰카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523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지난해 518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 8월 현재 3914건으로 조사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몰카 등 영상물 삭제 요청 건수는 지난해에만 7235건에 달했다.
빨간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수 거미의 인증사진.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몰카 공화국’ 현실에서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빨간 원’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LOUD·라우드)가 몰래카메라 범죄를 막자는 취지로 지난달 15일부터 추진 중인 캠페인이다.
몰카 도구로 악용되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둘레에 주의·경고·금지의 메시지를 주는 빨간색 스티커를 부착,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빨간원 프로젝트에 동참 중인 배우 문소리가 몰카의 문제점 알리려 설정해 촬영한 사진.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디자인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속금지 교통표지판에 주목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시속 3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빨간 원안에 숫자 30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매우 가까이 있지만, 이제는 주의해야 할 사물이 된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의 주변에 지름 5㎜의 빨간 원을 둘러 몰카에 대한 일종의 저항 신호를 내보자는 취지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이형구 연구원이 구체화했다.
동참방법은 간단하다. 빨간 원을 부착한 인증사진을 해시태그(#)가 달린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나는 감시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적어 자신의 SNS나 경기남부청 공식 페이스북에 올리며 동참을 호소하면 된다.
빨간원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배우 유지태.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문구는 다큐멘터리 이선희 감독의 아이디어다. 이 감독은 원치 않게 촬영되거나 유포된 성관계 동영상에 대해 문구 내용과 같은 캠페인을 제안한 인물이다.
이종혁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장은 “몰카 범죄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는데 작은 저항을 시작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며 “빨간 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서로에게 보낸다. 공공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빨간원 프로젝트 디자인. [자료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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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안되는 작은 원의 공감은 컸다. 네티즌 사이에서 퍼지더니 캠페인 나흘만에 인기 영화배우 설경구씨가 동참했다. 현재는 배우 문소리·유지태·류준열·라미란 등과 가수 거미·오마이걸, 체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등 80여명이 참여 중이다. 채인석 화성시장, 곽상욱 오산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녹색어머니회, 10대 청소년 등으로도 확산됐다.
경기남부경찰은 캠페인 동참 시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를 했는데, ‘몰카 촬영 범죄 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76.6%에 달했다.
빨간원 스티커는 경기남부경찰 관할 경찰서 민원실이나 파출소에서 받을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단체는 경기남부경찰청 페이스북 메신저 또는 홍보실(031-888-3115)로 문의하면 된다. 초기 6만개를 제작했는데 벌써 소진돼 10만개를 추가 제작해 배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은 오는 30일을 빨간 원 프로젝트 사이버 행동의 날로 정했다. SNS 등을 통해 빨간원 스티커 부착 인증샷 올리기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 국민 캠페인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획이다.
행동의 날때 빨간원 프로젝트에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들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빨간원 스티커를 부착한 인증샷과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담은 게시물을 SNS에 올리면 된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은 행동의 날을 맞아 지인 추천을 받았는데 수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경운 경기남부경찰청 홍보기획 계장은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근절을 위한 사이버 행동의 날에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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