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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학력미달” vs “성적 향상” 혁신학교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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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

일반고보다 3배 많다는 지적에

“자율고보다 성적 향상도 높다”

서울시교육청 반박 통계 제시

“혁신 학교 설립 취지 고려없이

성적 잣대로 평가 부적절” 지적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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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두고 공방이 뜨겁다.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는 혁신학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이던 2009년 처음 도입해 진보 성향 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들을 중심으로 적극 운영 중인 학교 모델. 보수 진영에서 “학력 수준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관련 통계를 들이밀며 공세를 펴자 혁신학교 확대에 앞장서 온 서울시교육청이 반박 통계를 제시하는 등 격론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9일 2011년 이후 진행된 서울형 혁신학교 관련 연구 28편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혁신고등학교의 성적 향상도가 자율고(자율형 공립고 및 사립고)보다 높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최근 교육부 국감에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이 일반고의 3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반박이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한 혁신학교 고교생 비율이 11.9%로 전국 고교 평균 4.5%의 3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만 따로 떼놓고 봐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은 혁신학교가 15.3%로 전체 고교(7.6%)의 두 배에 달했고, 충북의 경우 그 격차가 22.3%와 2.0%로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

반면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서울형 혁신학교의 종단적 효과 분석’ 자료는 전혀 다른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혁신고 학생과 자율고 학생의 고교입학 전(중3)과 고교입학 후(고2)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비교했을 때 혁신고 학생의 국어, 수학 과목 성적 향상도가 자율고 학생의 성적 향상도보다 높다. 혁신고 학생의 입학 전후 수학 성적(변환점수)은 541.11점에서 550.64점으로 9점 이상 상승한 반면, 자율과 학생은 551.80점에서 557.07점으로 6점 남짓 상승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국어 과목 역시 혁신고 성적 상승폭(11.08점)이 자율고(10.20점)보다 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율고에 우수 학생이 더 많이 몰리는 점을 배제할 경우 혁신고의 교육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양측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리한 통계만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의 설립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정쟁식 공방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획일화된 교육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혁신학교에 대해 성적이라는 기존 잣대만을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혁신교육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혁신학교가 창의성이나 공감능력, 소통능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지 수치로 나타나는 잣대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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