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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성폭력 꺼져! 미국선 ‘#미투’ 한국선 ‘17학번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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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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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설치된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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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미투(#MeToo) 캠페인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 혐의가 드러난 뒤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성폭력을 고발하자’며 시작했고, 각계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 여성단체는 신입생인 ‘17학번 김지은들’이 대학에서 겪을 수 있는 성폭력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담은 매뉴얼도 내놨다.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 에스에프에이(S.F.A)는 지난달 27일 교내 게시판에 교수들의 강단 성차별 발언을 모아 게시했다. 이런 발언들이 나열됐다. “여직원한테 커피 타라는 거 기분 나빠하지 말고 좋게 생각해라. 남자가 커피 타면 클라이언트가 깜짝 놀란다.” “남자들이 일 더 잘한다. 나는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서 유리천장 뚫었다.” “이 나라 경쟁력은 출산율에서 나오는데, 요새 여자애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아주 문제가 많아.”

대자보를 본 학생들은 “‘여자’ 대신 ‘사람’을 놓아보세요. 말이 되나요?”, “교수님이 한 발언이 유리천장을 더욱 두껍게 만드는 겁니다” 등의 성토 의견을 수십장의 포스트잇에 적어 대자보에 붙였다. 에스에프에이는 학교 쪽에 ‘교수와 강사들의 성 의식 교육 이수 의무화’, ‘교수와 강사들이 성차별 발언을 했을 때 징계할 수 있는 기구 마련’ 등을 요구했다.

강단에서 교수나 강사들의 성차별 발언이 끊이지 않자, 강의 모니터링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대학도 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 ‘동틈’은 지난 5월 강의 도중 벌어지는 혐오·비하 발언에 대해 학생 제보를 받는 ‘강의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학생들 요구로 올해부터 강의평가 항목에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이나 행동을 묻는 질문을 추가했다.

대학 새내기가 처음 겪게 될 성폭력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담은 매뉴얼도 공개됐다. 수원여성의전화가 지난 12일 대학생, 대학원생과 만들어 누리집에 공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 ‘17학번 김지은’에는 △대학 축제에서 성차별적 발언이 나오거나 행사가 진행되면 즉시 제지하거나 기획팀에 신고할 것 △교수의 강단 성차별 발언이 있을 경우 그 자리에서 즉시 문제 제기하고 사과받을 것 △남자 동기나 선배들이 온라인 메신저 단체방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경우 즉시 문제 제기할 것 등의 대응법이 담겼다.

글·사진 박수진 임재우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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