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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법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하자 없어…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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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옛 삼성물산 주주’ 일성신약이 낸 합병무효소송 1심 기각

“계열사도 이익…경영권 승계가 유일한 목적이라 볼 수 없어”

“국민연금 찬성 결정 문제 없고, 주총결과 취소할 사유 안돼”

삼성, 이재용 재판에 활용할 듯…“형사재판 영향 없어” 전망도



한겨레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가 2015년 7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계약 안건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키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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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은 유효하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는 19일 옛 삼성전자 주주인 일성신약이 삼성물산 합병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기 때문에 목적 자체가 부당하다는 일성신약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합병이 포괄적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해도 지배구조개편으로 인한 경영 안정화 등 계열사가 얻은 이익도 있다”면서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과정이 위법했으므로 합병은 무효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성신약 쪽은 이 부회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1심 유죄 판결 등을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이 공모해 국민연금에 위법하게 개입해 합병 의결권 행사 방향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광 당시 공단 이사장이 합병 찬반 결정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등의 개입을 알았다고 볼 수 없고, 설사 알았다고 해도 합병 찬성은 단체법적 의사표시인 이상 주주총회 결의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할 만한 사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공단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 자체가 거액의 투자손실을 초래하는 등 배임적 요소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0.35)이 삼성물산 쪽에 불리했다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합병비율이 옛 삼성물산 쪽에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사 다소 불리했다고 해도 (합병 자체를 무효로 할 만큼) 현저히 불공정한 수준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고법이 삼성물산 쪽에 불리한 비율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지난해 5월 서울고법 민사35부(재판장 윤종구)는 “삼성물산 쪽이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 매수가(5만7234원)가 너무 낮다”며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재판부는 “주식매수가격 결정은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한지 심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주요 증거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상훈 변호사는 “주식 매수가는 합병비율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합병비율의 불공정성과 주식 매수가를 무 자르듯이 잘라서 다르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재판부가 합병의 주된 목적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합병목적이 정당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삼성 합병의 경우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한 정경유착 등 재벌 체제의 고질적 문제점이 결부된 사안”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합병 목적 중 하나로만 축소해 단정한 것은 주된 목적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고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민사소송 판단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합병을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등 부정한 청탁을 건넸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삼성 쪽은 이번 판결문을 항소심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제출해 합병이 정당했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법의 한 판사는 “합병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것과 이 부회장이 합병 등을 통해 승계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정청탁을 건넸다는 것은 본질이 다른 사안”이라며 “이번 민사 판단이 형사 재판에 미칠 영향은 적어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소송이 제기된 이래 20여달 만에 1심 판결이 나온 이번 소송은 애초 지난해 12월 선고될 예정이었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며 변론이 재개됐다. 일성신약 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과 공모해 국민연금에 합병 의결권 행사 방향을 지시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합병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쪽은 “형사 재판에서 삼성 합병에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인정했고, 합병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정당한 목적과 절차에 이뤄졌다”고 반박해왔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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