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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검찰, 유신체제 비판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 145명 직권 재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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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돼 재심청구 않은 피고인 420명

대검, 긴급조치 1·4호 위반 사건도 직권 재심청구 하기로



한겨레

1974년 1월8일 김성진 당시 문화공보부 장관이 이른바 ‘긴급조치 1호’를 발표하고 있는 텔레비전 영상 화면.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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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작간첩 사건 등에 이어 박정희 정권의 유신통치 당시 민주화운동 탄압의 도구였던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직접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공안부(권익환 검사장)는 19일 옛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9호’(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 132건 145명에 대해 전국 26개 검찰청에서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두 차례에 걸쳐 조작간첩 사건 등 권위주의 정부 시기의 인권침해 사건 6건 18명과 7건 12명에 대해 각각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이번에 직권으로 재심이 청구된 사건은 다른 혐의와의 병합 없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만 처벌된 사건 가운데 피고인 쪽이 아직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사건들이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된 형사사건에 재심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나 법정대리인, 유족뿐만 아니라 검사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된 사건은 지금까지 모두 485건 996명으로 이 가운데 420명에 대해선 아직 재심 청구가 없다”며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에 이어 앞으로 긴급조치 1호와 4호 위반으로 처벌된 사건도 검토해 직권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은 1140명에 이른다.

긴급조치는 1972년 10월 박정희 정권이 장기집권을 위한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1974년부터 이듬해 5월까지 9차례에 걸쳐 발동했다. 특히 1975년 5월 제정돼 1979년 12월까지 4년여간 시행된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와 신문·방송 등을 통해 유신헌법을 부정·반대하거나 개정·폐지 등을 주장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위반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한편, 집회·시위 금지와 영장없는 체포 등 초헌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발표된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위반자를 비상군법회의에서 처벌하도록 했다.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과 관련된 대학생들의 반정부시위를 탄압하기 위해 민청학련 가입 및 동조, 관련 출판물 제작·소지 등을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학생들의 집회·시위·농성 등에 대해 군 병력을 동원해 진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3월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대법원도 2010년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판단을 내린 데 이어, 2013년 4월 전원합의체에서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무효를 선언했다.

이번에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한 긴급조치 9호 위반 피고인은, △1978년 유신헌법 철폐를 주장한 서신을 청와대로 보내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해외 건설노동자 김아무개(당시 30세)씨 △1975년 친구에게 ‘체육대회 연기는 문교부 검열 때문’이라고 말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충남대생 이아무개(당시 21세)씨 △긴급조치 9호 해제를 주장하는 서신 6통을 배포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4·19동지회원 김아무개(당시 45세)씨 등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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