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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비밀벙커, 방공호, 유령역…서울 '비밀 지하공간' 3곳 문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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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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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땅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벙커, 방공호, 유령역 등 ‘비밀 지하공간’ 3곳의 문이 열린다. 서울시는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등 3곳을 새단장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는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40여년만에 전시문화공간 ‘SeMA 벙커’로 새로 단장해 이날 정식 개관했다. 벙커는 2005년 4월 서울시가 여의도에 버스환승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하던 중 발견한 것이다. 당시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시설관리자가 내시경을 넣어본 뒤에야 벙커임을 알았다. 이 시설은 지하시설물 도면을 비롯해 수도방위사령부에도 기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설치 주체와 목적에 관심이 쏠렸다. 1970년대 만들어졌으리라 추정되지만,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서울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부터 10여년간 국군의날 행사가 당시 여의도광장에서 열렸던 사실에 비춰, 지하벙커가 대통령 등 요인들이 유사시 대피용 방공호로 쓰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벙커는 2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철문과 계단으로 연결된 160평 규모의 공간엔 지휘대와 화장실, 기계실이 있다. 이 방과 복도로 이어진 20평 남짓한 작은 방에는 소파와 화장실·샤워실이 있다. 앞서 2015년 10월 시민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아 1개월간 이곳을 임시 개방한 바 있다.

시는 연면적 871㎡ 규모의 지하 벙커 공간을 가능한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도 있다. 소파는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시민들이 앉아볼 수 있게 했고, 화장실은 원래 모습 그대로 뒀다. 내부 공간은 예술품을 설치하고 전시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탈바꿈했다.

개관 기획 전시전으로 ‘역사갤러리 특별전’과 ‘여의도 모더니티’가 다음달 26일까지 열린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을 강예린 작가 등 10명이 참여해 다양한 영상으로 구성했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서울시는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구석에 있는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도 함께 시민에게 개방한다.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강점기 말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만든 방공호로 추정된다. 당시 암울했던 상황과 방공호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조명과 음향 장치를 설치했다. 1층 천장에 폭격기 영상을 상영하고 서치라이트로 대공관제를 연출했다. 2층 계단에서는 방공호 내부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지만 노선이 조정되면서 폐쇄됐다. 지난 4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리며 영화 촬영 장소 등으로 사용됐다.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은 한시적으로 주말에 사전 신청을 받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4회 20명씩만 들어갈 수 있다. 다음 달 22일 오후 6시까지 사전 예약하면 방문할 수 있다. 경희궁 방공호는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http://www.museum.seoul.kr), 신설동 유령역은 서울시 홈페이지(http://safe.seoul.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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