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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부산, 가상현실의 바다를 헤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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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서 주목받은 VR체험관

베네치아영화제 VR 최우수상

'아르덴즈 웨이크' 등 30여편 상영

하늘에 떠 있는 배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일 선물이 돼 소년을 만난 장난감 로봇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과 그 안의 사람들은 어떻게 보일까.

영화가 사람의 상상을 스크린 속 현실로 바꾸는 매체라면, 현재 그걸 구현하는 최첨단의 기술은 가상현실(VR)이다. 해운대의 부산영화제(BIFF) 본부 건물 '비프 힐' 1층에 마련된 'VR 시네마 in BIFF' 체험관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단연 주목받은 이벤트 중 하나. 애니메이션, 극영화, 다큐멘터리 등 전통적 영화 형식뿐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영상과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작품 등 약 30편의 전 세계 화제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VR 체험관을 담당한 영화제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VR 영화의 현재 단계를 보여주자는 취지로 300편 정도를 검토해 형식과 내용 모두 독창적인 30여 편을 골랐다. 매일 최대 관람 인원인 500명 정도가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 처음 신설된 VR 단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아르덴즈 웨이크’의 한 장면. 이 작품을 만든 미국 샌프란시스코 가상현실(VR) 콘텐츠 전문 스타트업‘펜로즈 스튜디오’유진정 대표는“오페라·영화·TV가 그랬던 것처럼 VR은 미래의 지배적 미디어 플랫폼이 될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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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목록도 다채롭다. '울트라맨 제로 VR' '간츠: 오(O) VR' 등 일본 흥행 영화의 짧은 가상현실 버전부터, 프랑스에서 온 40분짜리 VR 블랙 코미디 영화 '미유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VR 단편 경쟁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미국 애니메이션 '아르덴즈 웨이크'도 있다.

지난 16일엔 '아르덴즈 웨이크'를 만든 펜로즈 스튜디오의 유진 정 대표가 기자들과 만났다. 픽사에서 일한 적도 있고,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한 VR 부문 최고 기업 '오큘러스 VR'의 미디어 부문 대표도 지냈던 그는 3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VR 콘텐츠 전문 기업 펜로즈를 창업했고, 선댄스와 베네치아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는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그는 "전통적 영화와 VR 영화는 프랑스어와 스와힐리어만큼이나 문법이 다르다. 좌뇌와 우뇌를 함께 쓸 줄 아는, 예술가·기술자·해커·스토리텔러들이 모두 참여해 상호 보완적으로 협업해야 하는 분야"라고 했다.

올해 콧대 높은 칸 영화제가 '버드맨' '레버넌트'를 만든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VR 영화 '카르네 이 아레나'를 초청하는 등, 명성 높은 영화제에서 VR 영화는 '필수 요소'가 돼 가고 있다.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정보 통신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지만 VR 영화 제작과 그 산업화 논의는 더뎠다. 아시아 영화가 집중되는 부산영화제야말로 VR 영화를 새로 선보이고, 현재의 여러 한계를 극복할 해결책도 함께 고민할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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