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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Health] 바람만 스쳐도 윽…5060 대상포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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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현재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50세 이상 남녀는 1회만 접종하면 되고, 51~70%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예방 효과 없이 대상포진에 걸렸더라도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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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보다 더한 아픔' '수십 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대상포진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할 정도로 고통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에 띠 모양으로 생기는 수포다. 보통 등이나 허리, 얼굴 등 한 부분에만 나타나지만 경우에 따라 여러 부위에 발생하기도 하며, 가려움과 간지러움이 느껴지기 시작한 때부터 며칠이 지나면 발진이 생긴다. 대부분 몇 주 안으로 발진과 통증이 사라지지만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몇 달간 지속되기도 한다.

아직 수포가 올라오지 않은 초기에는 근육통과 발열 등의 증상 때문에 감기나 몸살 기운으로 오해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기 증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2~3일 이상 열이나 몸살 증상이 있다면 수포가 생기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 몸속에 있는 '수두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한 번 우리 몸에 들어오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 수두에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어린 시절 수두를 일으킨 뒤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재활성화되어 나타난다.

계절에 상관없이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50대부터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중 50대 비율은 26%로,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전체 대상포진 환자 4명 중 1명꼴이다. 50·60대는 갱년기와 폐경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시기다. 일반적으로 중년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여성은 폐경 전후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는다. 이 같은 변화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대상포진의 원인이 된다.

당뇨 등 만성질환도 대상포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제2형 당뇨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률은 같은 연령대의 일반인보다 3.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수두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세대라는 점도 발병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2008년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항체 보유율을 조사한 결과, 50세 이상 성인의 95~100%에서 바이러스 항체 양성을 보였다.

대상포진은 발병 부위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치료시기를 놓치면 합병증으로 오래 고통받을 수 있으므로 증상을 발견하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최희정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병 후 72시간 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50세 이상이면 합병증 위험도 높아져 6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 10명 중 절반 이상이 합병증을 앓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합병증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들은 지속적인 통증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상당한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안면부 대상포진의 경우 시력 저하, 청력 손상, 뇌졸중의 위험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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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의 `조스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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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에서 51~70%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뿐이었다. 이 제품은 6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와 3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실제 진료환경 내 연구를 통해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MSD 관계자는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이후 세계 60여 개국에서 승인되어 10년간 약 3900만도즈(2017년 1분기 기준)가 배포되었다"며 "50세 이상은 1회만 접종하면 되기 때문에, 예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의료진과 상의해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SK케미칼이 조스타박스가 독점해온 대상포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앞으로 환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자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9일 밝혔다. 시판 전 품질을 다시 확인하는 국가출하승인 등을 거쳐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허가로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이라는 인정을 받았고, 국내 백신 자급률도 사상 처음으로 50%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약 8000억원, 국내시장은 약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연내 스카이조스터를 국내에 출시하고 세계시장 진출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로 미국 FDA의 최종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에는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랩셀은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확인하고 재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VZV 검사'를 내놨다. 간단한 피검사로 10분 정도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권애린 녹십자의료재단 전문의는 "VZV 검사는 과거 감염이나 예방접종으로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적이 있는지,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활동성 감염과 이전 감염을 구분할 수 있다"며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나 산모들은 VZV 검사를 받아보고 항체가 없으면 백신을 접종 받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산모가 이전에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적이 있었는지, 태아 혹은 신생아에게 바이러스가 언제 처음 일어났는지에 따라 태아나 신생아에게 전해지는 VZV 노출의 영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들, 스테로이드 계열 치료제를 많이 사용하는 환자들처럼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했다.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이 된다고 해도 통증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또 "동네 병원에서도 치료제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절을 따라 수포가 생기는 등 증상을 확인하면 바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라"면서 "다만 만성질환자 등은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되면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므로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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