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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미 안보보좌관 “정밀타격으로 북핵 못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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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선제 군사행동 어렵다’ 인정

“북핵 문제 풀 수 있는 군사봉쇄도 존재하지 않아”

“전쟁 피하고 싶지만 가능성 완전 배제는 못해”

협상 조건 ‘핵시설 사찰·핵무기 포기 선언’ 제시



한겨레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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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5일(현지시각)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밀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급 관료가 선제적 대북 군사행동이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비정부기구인 ‘미국 전쟁연구소’가 워싱턴에서 주관한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이렇게 밝힌 뒤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군사 봉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행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듯한 모호한 전략적 입장을 취해왔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인터뷰에서 ‘미 정부에는 군사적 해법이 없으니 잊어버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돌출 행동’쯤으로 치부됐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북한 핵 시설들이 미국의 공습에 어느 정도로 취약한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모든 대북 군사옵션들이 한국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북한의 대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북한의 대응에 따른 위험은)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우리의 계획이나 ‘워 게임’에서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과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4~5가지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며 “일부는 다른 해결책보다 더 험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전쟁을 피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혀, 긴장 고조로 인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상존함을 인정했다. 또 “북한이 핵탄두가 장착된 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혀, 이를 사실상이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른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이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북한 영공 밖 미 폭격기도 격추’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일제히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리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래가지 못할 것’ 발언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터무니없다”면서도 “평화로운 방식의 비핵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미국은 평화적 방식만의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매닝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동맹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의 위협이 있으면 전면적으로 역량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지만, 이는 억지 및 방어적 차원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기 전에 핵시설 사찰을 수용하고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시설 사찰 수용’을 대북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시설 사찰 수용과 핵포기 선언을 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기 때문에, 북-미 간 공식 협상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공격은 선택지에서 제외하더라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무력 시위, 경제 제재, 외교적 고립의 강도는 계속 높여갈 것임을 시사한다. 미 재무부는 조만간 북한의 수십개 개인·단체를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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