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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KB금융, 은행권 첫 '스튜어드십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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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이 은행권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기관투자자가 특정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주요 주주가 된 경우는 물론 주식 단 한 주를 갖고 있더라도 자신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국내 은행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은행권 최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KB금융은 25일 "금융지주 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계열사 6곳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KB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6개 계열사 모두에서 이를 위한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조선비즈


현재까지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거나 도입하기로 한 50여곳 중 95% 이상은 주식 운용이 주업무인 자산운용사다. 은행의 경우 일부 신탁 자산에 대해서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받기 때문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도입에 관심이 적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시중 은행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KB금융의 이번 결정이 윤종규 회장이 연임을 확정 짓는 단독 심층 면접을 보기 하루 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에게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주주 환원'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관심 사안이다. 이 때문에 회장 연임을 앞둔 KB금융이 선제적으로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KB금융이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계획을 밝힌 6개 계열사 가운데 KB자산운용의 경우 이미 지난 6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그룹 내부적으로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국민연금의 행보

작년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공표한 이후 5개월간 참여 기관은 제로(0)였다. 그러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올해 5월 출범하면서부터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이 하나 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나섰다.

관건은 '큰손'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아직 코드 도입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코드 도입이 확산되려면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으로만 125조원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다른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덩달아 도입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당초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유보적이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자칫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등 자본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아직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당장 도입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애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기류가 바뀌었다. 현재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효과와 파장 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인데,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연구 결과가 나오면 내년 초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재곤 기자(truman@chosun.com);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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