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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재계 유일 ‘1세대 창업주’ 동부 김준기 회장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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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창업 미륭건설로 고속성장…한때 재계 13위 동부제철 실패로 혹독한 구조조정…재기모색中 퇴임 [비즈니스워치] 이학선 기자 naemal@bizwatch.co.kr

재계의 유일한 1세대 현역 창업주 김준기(73) 동부그룹 회장이 반세기에 걸쳐 국내 경제사에 남긴 굵직한 족적을 뒤로 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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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 회장

21일 동부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개인 문제로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14년 초부터 올해 7월까지 근무했던 전(前)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최근 피소된 상태다.

신병 치료차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 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임을 그룹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 퇴임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근영(80)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회장에 선임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산업근대화 60년 역사에서 독특한 발자취를 그려온 기업인이다. 정치가 집안에서 사업가의 길을 걸어 오롯이 그룹을 일궈낸 보기 드문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명주군왕 김주원(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5세손)을 시조로 하는 강릉김씨 38세손이다. 7선 국회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동곡 김진만 선생(1918~2006)이 그의 부친이다. 제헌의원과 초대 참의원을 지낸 김진구(1906~1987) 선생과 해방 직후 대한독립국민촉성회 비서장을 지낸 김진팔 선생이 백부들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1세대 보다 30~40년 뒤늦게 창업했지만 그룹을 재계 10위권 반열에 올려놓은 유일한 해방세대 기업인이기도 하다.

경기고,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69년 1월 20대 청년시절에 자본금 2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세운 뒤 연세대 이공대 건물 등 민간 발주 공사와 영국대사관, 독일문화원, 용산미군기지 등 외국인 발주 공사를 집중 공략하며 착실히 사업을 키워 나갔다.

미륭건설이 지금의 동부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해군기지 공사 입찰이었다. 중동 건설시장에 뛰어들어 ‘주베일 신화’를 일궈냈고, 그 때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종잣돈으로 철강·화학·건설·반도체·금융 등 국가기간산업을 아우르는 그룹을 키워낸 일은 가히 입지전적이라 할 만 하다.

‘동부’(東部)라는 이름은 1971년 동부고속이 설립되면서 처음 쓰였다. ‘도전과 개척’(東) ‘안정과 풍요로움’(部)을 상징하는 뜻의 ‘동부’는 계열사 사명으로 하나둘씩 쓰이기 시작하다 1989년 미륭건설을 동부건설로 개명하면서 그룹명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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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1983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해 금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당시 총적자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자동차보험은 집중적인 노력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뤘다. 이어 정부가 30년 만에 금융시장을 개방하면서 동부그룹은 동부투자금융(현 동부증권)과 동부생명 등으로 금융업을 확대했다. 금융업은 현재 제조업과 함께 동부그룹의 양대 축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이어 1985년 ‘장영자·이철희 어음 사기 사건’과 함께 부도를 맞았던 일신제강을 인수하면서 제조 분야의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김 회장은 인수와 함께 그해에 사명도 동부제강(현 동부제철)으로 변경했다. 이어 합금철(동부메탈), 특수강(동부특수강) 등으로 철강 분야의 폭도 점차 키워 나갔다.

아울러 여객운송업을 주로 하던 동부고속 역시 물류와 하역, 창고 업종을 추가시켜 육상운송전문 종합운수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로 탈바꿈시켰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사업에도 손을 댔다. 1983년 미국 몬산토사와 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 제조회사인 실트론을 합작 설립하면서 전자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다.

김 회장은 이후 1997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전자를 세운 뒤 현재의 동부하이텍으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선택한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비메모리 반도체를 선택한 동부하이텍은 201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영업이익 455억원)에 성공하며 사업의 본궤도에 올랐다. 김 회장이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뚝심 있게 사업을 지켜온 결과였다.

동부는 2013년 재계 13위에 올랐다. 총자산이 17조에 달했고, 계열사만 해도 61곳이나 됐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철강 등 업황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자체 자구계획에 따라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계열분리 2015년 5월), 동부건설(2015년 10월), 동부팜한농(2016년 4월)을 잇따라 매각해야 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IT전자(동부·동부하이텍·동부라이텍·동부대우전자)와 ▲금융(동부화재·동부증권)을 양대축으로 재기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개인 문제로 48년을 이끌어온 동부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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