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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창간 35주년 특집 Ⅰ]산업이 미래다<5>에너지 SWOT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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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 등 전통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수입을 통해 국가에너지를 수급했다. 지금은 100GW가 넘는 전력설비를 운용하는 나라로 올라섰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에 따라 신기후체제가 도래했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7% 감축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전력시스템을 전환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운용하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함께 4차 에너지 산업 시대로 가기 위한 국가 에너지의 SWOT 분석을 했다.

전자신문

글래드스톤 액화기지에서 처리된 가스가 LNG선으로 선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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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Strength): 기술로 승부한다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융합에서 우리의 강점은 '기술'이다. 4차 산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의 우리 경쟁력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에너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자원과 플랜트 산업에서 ICT 활용은 일반화됐다. 원전과 석탄화력 등 발전설비 기술도 세계 정상급이다. 대표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최근 에너지 산업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분야도 국내 기업이 시장을 선도한다.

기술이 곧 경쟁력이 된 시대에서 우리나라는 핵심 기술 대부분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 간의 융합 파괴력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사방에 흩어진 수많은 자원을 ICT를 이용해 적시적소에 알맞게 운영할 수 있는지다. 신재생에너지 등장으로 발전소 크기가 작아지고 일반 소비자도 발전을 하는 시대가 오면서 그 요구는 더 커졌다.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처럼 에너지도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실시간 거래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앙집중형 발전시스템이 분산형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대형 발전소는 기저발전에 주력한다. 시장거래 부문에선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ESS 등장으로 전력 생산과 유통·저장이 신속하고 자유롭게 이뤄진다. 누가 전기를 얼마나 생산했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어디에 전기가 남았는지 등 정보 교환을 통해 에너지 초연결사회가 도래한다.

정부의 적극 활동도 강점이다. 에너지신산업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규제해소에 집중하고 보급 확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기고객에 대한 소비 정보가 빅데이터로 구축되고, 절전패턴 분석을 통해 발전은 물론 절전도 시장거래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20%로 대폭 상향 조정되면서 재생에너지와 ESS, 빅데이터 등을 결합한 지역 단위의 분산형 수급시스템 도입이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좌우할 전망이다.

◇약점(Weakness): 영원히 따라붙는 꼬리표 '자원 부족'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부족한 자원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우리의 약점으로 지목될 꼬리표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어느 것 하나 가진 자원이 없어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계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구조가 현 수준에 다다른 것도 기적에 가깝다고 평할 정도다.

에너지 수급 포트폴리오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국가 안보차원에서 큰 문제점이다. 국제 자원가격에 항상 흔들리고, 국제정세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불안정한 수급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에너지 수급체계를 구축했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에너지 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점을 가져왔다.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들은 자원 수급처 다변화를 꾀했지만 전반적으로 같은 연료원은 가격 동조성이 높다. 수입 다변화는 근본 대책이라 할 수 없다.

태양광과 바람을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도 우리나라는 일조량과 풍량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국토도 좁아 발전시설 부지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저렴하지만 쉽게 바꿀 수 없는 전기요금 체계도 단점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민간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기를 만들고 절약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하고 에너지 효율설비에 투자할 이유가 크지 않다.

반면 소매시장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금기시된다. 발전 업계는 전기 생산 과정의 총괄원가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하지만 소매 시장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꺼내기 힘든 이슈다.

위로는 북한이 막고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된 국토도 단점이다. 사실상 섬과 다름 없다. 다른 나라처럼 인접 국가와 파이프 연결과 육로를 통한 자원 교류도 하지 못한다.

전기 또한 우리가 필요한 전력을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송전망이 연결됐다면 여름과 겨울처럼 한시적으로 올라가는 수요는 수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한시적인 피크를 위한 전력공급력을 확보해야한 한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 봄과 가을의 기온격차가 커 계절별 수요대응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반면, 효율성은 떨어진다.

◇기회(Opportunity): 국제 에너지 저가 기조

에너지 약소국인 우리나라도 최근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비전통 자원인 셰일오일 개발로 촉발된 자원보유국 간 가격경쟁과 이에 따른 국제 자원가격의 저가 기조는 자원 수입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긍정적이다.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는 50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허리케인 영향으로 단기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기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 자원가격 하락은 거래관계에서 수입국의 지위 상승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자원 수급 안정화를 위해 공급 국가에게 허리를 숙여야 했다. 지금은 계약 과정에서 우리 요구사항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수급채널도 다양화됐다. 중동에 의지하던 천연가스는 호주, 러시아에 이어 미국 셰일가스까지 수입된다. 소비가 줄어 수입하지 않아도 계약물량에 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고, 선적물량을 중간에 다른 국가로 바꿀 수도 없었던 불리한 조건도 바꿔나가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소비하는 한중일 3국이 함께 천연가스 수입에 대한 도착지 제한 규정 등을 없애기 위한 공동 노력도 벌이고 있다.

전력 분야에서는 어느 때보다 여유 있는 전력예비율이 든든한 힘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도입 전력시장 개방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전력수급 리스크가 그만큼 낮아졌다. 현재 전력공급 능력과 관련해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발전소가 많다는 지적은 있지만, 충분한 예비율은 전력시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힘이 된다.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처럼 예비율이 부족했다면,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융합의 4차 에너지산업은 시도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수요자원거래시장 등 전력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발전소로 전기를 생산해서 시장에 입찰하는 기본 거래부터 절전 행동을 발전과 동일시해 수요 감축을 판매하는 수요관리, 한전 이외의 사업자와 계약하는 중소규모 시장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공기업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 에너지 분야에 민간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전·석탄화력 등 전통 에너지 분야는 수출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원전은 영국에선 한국전력, 체코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이 각각 신규 원전 건설 수주에 근접하면서 UAE 수출 이후 두 번째 원전수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개도국 대상 공공개발사업에서 기회를 엿본다.

◇위협(Threat): '탈원전', 커지는 전원설비 혐오

현재 국가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신기후체제 도래다. 우리는 국제사회에 2030년 기준 배출전망치 대비 이산화탄소를 37% 줄이기로 약속한 상태다. 매우 공격적인 목표치로 사회 전반적에 걸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압박이 예상된다. 원전과 석탄화력 등 발전부문은 물론 제조업 부문 공장, 교통·운송 부문 차량, 빌딩 등 거의 전 분야가 온실가스 감축의 영향권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를 늘릴 방침이다. 발전 산업을 친환경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요관리와 고효율 산업으로 이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는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 에너지 수급 위험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가용한 에너지원 수를 줄이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정부는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으로 위기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에너지계는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줄이는 것은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연료 수입이 필요 없는 신재생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베스트 모델'을 그릴 수 있다. 문제는 실현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 설비에 대해 점점 높아지는 사회적 불만은 가장 큰 변수다. 원전이나 석탄화력과 마찬가지로 천연가스 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건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연가스발전소 역시 폭발 위험성과 소음 등으로 인해 혐오설비로 인식된 지 오래됐다. 신재생에너지는 경관 훼손,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정부는 신재생 확대를 위해 지자체 규제 완환 및 인허가 지원 등을 권고했지만, 오히려 관련 규제를 늘리는 지자체가 나오는 등 조율이 안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많다 보니 지역표를 의식한 지자체장들이 관련 인허가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가가 있다보니 신재생 인허가를 꺼리는 분위기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신도 잠재 위협 요인이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과정에서 당초 계획된 발전 사업이 중단 위기를 맞았다. 민간 기업의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현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발전 사업을 추진해도 언제 관련 산업이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에너지 산업 전반에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은 중앙집중적 계획에 의해 빠르게 움직였다는 점이 강점이자 단점”이라며 “원전이나 천연가스 도입 등 수급안정을 위한 단기성과는 분명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장기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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