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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문화리뷰] 우린 누구에게 분노하고 있는가, 그는 누가 죽였는가…연극 '미국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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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사람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오해에서 점화된 분노가 모여, 한 버스 기사의 일상이 어그러졌다. 연이은 청소년들의 범죄 소식에는 소년법 개정이 아닌, 폐지 청원이 등장했다. 분노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분노에 자비란 없다. 분노는 '극(極)'을 원한다.

개인들의 분노가 가득한 지금, 우리는 연극 '미국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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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은 우리 자체였다. 그가 세상을 사유하고 관계하는 방식은 분노를 통해서다. 지독히도 사랑했던 낸시를 잃은 후부터 그의 분노가 차올랐다. 마약 없는 삶을 도전하고자 하지만, 결국 다시 마주한 세상의 냉혹함에 그는 다시 분노의 손길로 마약을 찾는다.

그의 만성 분노를 광기의 분노로 확장시킨 사건은 하나뿐인 아들 '윌'의 죽음이다. 성실하고 이타적이었던 윌이 봉사하러 간 타지에서 죽음을 당하자 그는 미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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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분노하는 이유는, 그리고 세상과 인간 자체를 증오하는 이유는 아주 정당해 보였다.

그러나 곧 그는 타자에 의해 잃었던 소중한 존재들을 제 손으로 다시 죽인다. 환각 상태에서 나타나는 이들은 모두 빌의 내면을 점유하고 있던 이들이다. 그러나 분노로 가득한 그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죽이고, 첫사랑 낸시를, 심지어는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던 윌 마저 죽인다.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그는 고백한다.

"내가 세상이야. 내가 멈춰야 해.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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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속에서는 빌은 이미 죽은 이들을 내면에서 또 죽이는 것으로 끝났지만, 현실 속에서는 남아있는 소중한 이들 마저 죽음의 길로 몰아넣었다. 그는 자신의 광기를 스스로 인정한다.

우리의 분노는 어디에, 누굴 향해 있는가. 빌이 다시 등장한 이유이자, 장우재의 연극 '미국아버지'가 한국에서 세 번째 공연되는 이유였다. 분노는 세계를 이해하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거대한 장벽이다.

연극의 모티브가 된 마이클 버그의 편지는 핵심을 꿰뚫고 있다. 그는 분노의 세계를 깨고 나와 불행한 사회 자체를 이해하려 시도한다. 숱한 무고한 죽음들의 근원이 도대체 어디서로부터 시작되는지 말이다. 아들을 죽인 살인자들을 원망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고통과 분노의 굴레. 그는 근원을 찾아 공격한다.

"우리는 모두 대량살상무기의 통제가 백악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지부시는 그중 일부의 무기들을 세계에 사용했습니다. 그의 무능한 지도력은 대량살상무기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사건들의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내 아들을 불법적으로 구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내 아들을 구금하고 있던 권력은 바로 미국 정부였습니다.
…(중략)…

나는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지도자들, 그리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평화로부터 더욱 가치가 있어서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이 무어란 말입니까.

…(중략)…

나는 그들에게 지금, 백악관, 전 세계 대통령 관저에, 그리고 그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산 속의 별장에 있는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에게서 당장 평화 Peace Now!!를 요구할 것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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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000@munhwanews.com 사진ⓒ극단이와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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