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천도재’ 법문 원철스님
사람들 슬픔 추스르는데 초점
“동물 학대하는 사람 만나면
‘개도 불성있다’며 생명 강조”
강원 강릉 현덕사 동물천도재에서 법문을 하고 있는 원철 스님. 그는 “떠난 반려동물도 주인이 일상을 못 할 정도로 상심해 있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절히 분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철 스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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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500만 시대. 그만큼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추모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열린 ‘동식물 천도재’에서 ‘개도 불성(佛性·중생이 본래 가진 부처가 될 수 있는 성질)이 있는가’란 주제로 법문을 한 원철 스님(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사진)은 “반려동물의 명복을 빌며 49재 천도재를 지내는 곳이 과거보다 확실히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참석자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에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법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덕사는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한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국내 최초로 2000년부터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 ‘동식물 천도재’를 열고 있다. 현덕사처럼 정기적으로는 아니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를 지내는 사찰도 점차 느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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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만난 원철 스님은 “사람처럼 개도 불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불성이 ‘없다’라고도 하고, ‘있다’라고도 한다”고 선문답처럼 말했다.
“천도재를 치르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것을 자식을 잃은 것처럼 느껴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심하는 분도 많지요. 이런 자리에서 반려동물을 사람과 같은 존재로 동일시하면 슬픔과 아픔이 더 커지기에 동물과 사람 사이에 분별을 갖고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뜻에서 불성이 없다고 말해줍니다.”
상심에 빠져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별할 수 있게 마음 정리를 하는 게 천도재인데, 그 자리에서 마치 사람처럼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동물을 학대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개에게도 불성이 있다”며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를 소중히 다뤄 달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그는 “당나라 때 유명한 선승인 조주(趙州) 스님(778∼897)이 ‘개도 불성이 있는가’란 화두에 때론 ‘있다’, 때론 ‘없다’라고 한 건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분별심을 가지라는 뜻”이라며 “그래서 조주 스님도 개만 끼고 사는 사람에게는 불성이 ‘없다’라고, 반대 경우에는 ‘있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동물에게 정말 불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분별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철 스님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 큰 아픔이기에 적절한 위로의 말을 해주기가 쉽지 않다”며 “단지 떠난 이도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슬픔에 빠져 있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에 쉽지는 않지만 가능한 한 슬픔을 최소화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얘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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