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호불호와 공급 변수
지난해 모델인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는 올해 2분기에도 각각 1690만대, 151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3분기에 들어와 애플은 화웨이에 뒤를 잡혀 삼성전자, 화웨이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최고 성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박기홍 연구원은 "아이폰X와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합산 출하량은 4분기 7500만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폰8 시리즈는 최대 2500만대, 아이폰X는 5000만대 수준으로 가정한 셈이다. 아이폰 최초로 OLED 패널을 탑재하고 페이스ID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아이폰 자체 최고기록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아이폰7이 출시되었을 당시 최고기록은 4분기 기준 7800만대다. 올해 하반기에는 최고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폰7 돌풍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애플 전문가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아이폰X 초기 출하량은 300만대 수준일 것"이라면서 "OLED 패널 수급이 변수"라고 말했다.
아이폰X. 출처=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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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서 아이폰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하반기 최고의 스마트폰은 아이폰X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변수가 있다. 먼저 기능성. 애플은 아이폰X에 최초로 OLED를 탑재했으나 일각에서는 화질 번인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도 초기 갤럭시 시리즈에 OLED를 탑재하며 화면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번지는 번인 현상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아무리 애플의 능력이 뛰어나도 아이폰X에 처음 OLED가 탑재되기 때문에 번인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상단의 M자형 데드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아이폰X 공개 당시 문제가 됐으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M자형 탈모'로 부르기도 한다. 페이스ID를 위해 센서, 마이크 등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가며 생긴 문제며 동영상이나 게임을 구동할 때 화면이 일부 가려지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비밀무기인 페이스ID도 불안하다. 3만개의 적외선 센서를 통해 얼굴을 인식하는 페이스ID는 삼성전자가 홍채인식에 집중하는 것과 달라 특히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인식률이다. 시연 현장에서 페이스ID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애플페이와 연동되는 등 페이스ID가 일종의 암호화 장비로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홈버튼이 사라지고 스와이프 방식을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간편한 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페이스ID와 스와이프가 익숙한 방식은 아니기 때문에 논란이 나오고 있다.
물량 문제도 있다. OLED 수급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아이폰X 초반 인기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량이 적재적소에 퍼져야 초반 동력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공급망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폰X에 새롭게 시도되는 하드웨어 실험이 많기 때문에 나름의 변수로 꼽힌다.
재미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대응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을 15일 공식 출시하며 현장 구입자에게도 무리없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예약과 현장판매의 차이가 없는 셈. 사전예약자에게 지원되는 사은품도 거의 동일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전예약을 할 이유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 초반 상당한 물량을 준비했다는 뜻이 된다.
시장 잠식의 가능성도 문제다. 아이폰8은 아이폰X보다 먼저 출시되기 때문에 하반기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대거 아이폰8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총 판매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아이폰X만 놓고 보면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애플이 최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 매출 점유율이 55%로 크게 낮아졌고, 콘텐츠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지점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아이폰8과 아이폰X 모두 5000만대 수준으로 팔리면 스마트폰 단말기 플랫폼 경쟁에서 일정정도 승리하고 초연결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는 연결고리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 어떤 결론이든 애플에게는 '좋은 일'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15일부터 국내에서 약정할인율 25% 인상이 적용됐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애플 보조금이 거의 없는 사람들은 부담없이 약정할인을 선택해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다. 10월 보조금 상한제 폐지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애플은 한국을 3차 출시국으로 밀어두고 여유롭게 과실을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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