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상상된 경계들'…다수 큐레이터제 도입 등 전시 기본 방향 제시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11일 '제12회 광주비엔날레 기본 구상안'을 발표하면서 그 윤곽이 드러났다.
핵심은 다수 큐레이터제를 도입하고 민주·인권·평화의 거점 '광주'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제12회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 9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에서 열린다.
◇ 전시 기본 방향
무엇보다 큰 변화는 다수 큐레이터제의 도입이다.
이전의 단일 감독 체제 대신에 다수 큐레이터의 협업으로 개최지 광주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취지다.
사상 처음으로 김선정 대표이사가 총괄 큐레이터를 겸임해 전시 진행의 효율성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으로 재단이 정한 전시의 핵심 개념을 담은 주제어를 다수 큐레이터와 협의를 통해 확대 해석해 다양한 시각과 다채로운 기획을 담아낼 계획이다.
2018광주비엔날레 기본계획안 설명하는 김선정 대표. |
창설 23주년이자 제12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배경을 재사유하고 세계 민주·인권·평화의 주요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광주의 정신이 함축된 역사적인 공공장소를 발굴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까닭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민주화운동과 인권·평화 수호의 정신을 문화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태동해 국내외 미술의 발신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한 상징성을 고려해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차기 행사에서도 주요 전시관으로 사용한다.
여기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시립미술관 등 광주의 역사적 장소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새롭게 발굴한 장소를 포함한 전시 공간에는 각각의 장소성과 주제에 맞는 전시를 만든다.
각 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 전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같은 장소의 확대는 광주비엔날레를 찾는 이들에게 도시 전체를 오랜 시간을 두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예년과 달리 재단이 전시의 주제와 장소 선정 등을 주도하는 것은 그동안 쌓인 광주비엔날레재단의 현장 중심 노하우를 활용하고 광주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비엔날레에 담가 위한 것이다.
◇ 주제어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
2018광주비엔날레의 주제어는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이다.
이 개념은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의 민족주의에 대한 저서인 '상상의 공동체'에서 차용한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민족주의는 민족이 없는 곳에서 민족을 발명해낸다"고 언급한다.
즉 민족이라는 개념은 상상된 공동체로 절대적인 실체가 아니며 민족주의 개념의 형성 또한 근대의 출판물과 이미지에 의해 이뤄졌음을 밝히고 있다.
냉전에 의해 나뉘었던 동과 서, 남과 북의 지정학적 경계는 유럽연합과 같은 초국가적 지역공동체의 형성과 동아시아론을 통한 국가 간의 협력 방법을 도출하는 시도 등으로 약화하거나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빠르게 전개되는 세계화와 초고속의 기술혁신은 일련의 탈 영토화를 초래하며 이전의 경계와는 다른 경계를 만들고 있다.
즉 기업과 경제·정체성·종교·안보·환경·힘의 탈 영토화 현상은 전통적 지정학의 경계를 넘어 심리적·감정적·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확장돼 다층의 경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촛불과 태극기 부대가 보여준 대립은 정치적 이념의 차이가 감정적·세대 간의 경계로까지 확장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해 동북아시아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강대국들과 주변국들이 보여주고 있는 애매모호한 대응을 목격하며 현재의 국제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다변적인지 확인하고 있다.
즉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 상황에 대해 이제 누구도 유엔총회와 같은 초국가적 기구를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국제주의 기수 역할이나 동맹관계에 대한 신의를 지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금의 상황은 21세기의 세계가 얼마나 이전과는 다른 복잡하고 혼란스런 경계들로 얽혀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상상력을 가진 존재로서 인간은 현실과 다른 세상,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며 이를 위해 영토를 구분 짓는 상상의 경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이전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복잡다단해지고 굳건해지고 있는 경계들에 대한 재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8광주비엔날레는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변화와 흐름을 목도하고 과거와 현재를 반성해 시각 문화와 지식의 비평적 담론 생성의 주체로서의 비엔날레의 역할을 실현하고자 한다.
◇ 전시 구성
다수의 큐레이터가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정치·경제·심리·감정·세대 등의 경계를 경계 없음, 경계 안, 경계 사이 등과 같은 다각적인 시각에서 조망해 주제를 심화시켜 나간다.
주 전시장인 비엔날레전시관의 5개 전시실을 기존 전시 방식에서 탈피해 활용할 계획이다.
대형 작품을 포함한 작품을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설치하는 형태로 구성하게 된다.
7개의 섹션에서 전시들이 장소성과 방법론에 따라 다른 또는 같은 공간에서 구현된다.
관람객들이 기존 전시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고 시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시립미술관을 포함한 광주의 역사적 공공장소들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 전시 연계 프로그램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으로 월례회, 스쿨 프로그램,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선보일 계획이다.
과정과 현장 중심으로 지역과 밀착하기 위한 상시 프로그램으로 월례회의 'GB토크', 'GB 작가 스튜디오 탐방'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이는 2016광주비엔날레 행사의 하나로 작가 탐방 등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인 '월례회'를 꾸준히 이어가자는 취지다.
GB토크는 미술을 비롯해 과학·철학·정치·역사 등 각 분야의 저명한 석학이나 전문가를 초청해 여는 대중 강연 행사다.
스쿨 프로그램은 '14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현장에 찾아가 현대미술 교육을 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광주비엔날레는 시민 대상 현대미술 체험, 현대미술 체험 교원 연수, 아동·청소년 대상 무용·음악·미술의 융·복합 현대미술 체험 교육 프로그램인 '샌드 오브 뮤직' 등의 참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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