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
지난 2월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인도 아르셀로미탈스틸(이하 아르셀로미탈)이 작년 실적을 발표하자, 세계 철강업계가 깜짝 놀랐다. 2015년 사상 최악 실적으로 파산 위기까지 직면했던 이 회사가 불과 1년 만에 극적인 반전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실적 발표는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이 직접 했다. 18억달러(약 2조원) 순이익을 냈다. 2015년 79억달러(약 9조원)라는 사상 최대 적자, 2012년 이후 4년 연속 적자 이후의 극적인 흑자 반전이었다. 영업이익도 크게 호전됐다. 2015년 52억달러에서 2016년에는 63억달러로 늘어났고, 철강 1t당 영업이익도 2015년 62달러에서 2016년 75달러로 증가했다.
회사를 파산 위기로 몰고 갔던 대규모 부채도 급감했다. 2015년 157억달러에 달했던 순부채는 1년간 46억달러가 감소해 111억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대비 순부채 비율은 2015년 3배에서 2016년에는 1.8배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미탈 회장 재산도 급증했다. 2016년 2월 88억달러에서 2017년 2월 164억달러(약 19조원)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6년 합병 이후 순조롭게 성장
2017년 들어 실적은 이 회사가 사실상 위기에서 벗어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7월 말 발표된 올 상반기(1~6월) 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과 순익은 각각 333억달러, 23억달러로, 강한 회복세를 보였던 작년 같은 기간의 매출 281억달러, 순익 7억달러에 비해 각각 18.4%, 329% 급증했다. 올 전반기 영업이익(30억달러)도 작년 같은 기간의 21억달러보다 42.9% 늘어났다. 미탈 회장은 "우리는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을 이뤘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순익 증가를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셀로미탈은 4개 대륙 27개국에 제철소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 최대 철강왕인 인도인 미탈 회장이 2006년 유럽계 아르셀로스틸을 인수합병해 세운 회사이다. 당시 세계 1위 철강기업이었던 미탈은 세계 2위 아르셀로를 사들여 경쟁기업이 넘볼 수 없는 거대 철강기업을 탄생시켰다. 인수 금액은 395억달러(약 45조원)에 달했고 자문사 골드만삭스는 자문료로만 1억9000만달러를 챙겼다. 아르셀로미탈의 연간 철강생산 능력은 2007년 말 기준 1억2000만t으로 2위인 일본 신일본제철의 3270만t보다 3배 이상 많다.
아르셀로미탈은 합병 후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했다. 매출액은 합병 2년 후인 2008년 1249억달러를 기록해 합병 전보다 40% 증가했다. 수익성도 크게 호전됐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2006년 9%, 2007년 9.9%, 2008년 7.5% 등 안정적이었다. 주가는 2006년 초 20달러 수준에서 2008년 66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지경에 몰려
그러나 봄날은 짧았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잇따르면서 아르셀로미탈은 큰 타격을 받는다. 여기에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 수출까지 겹치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생산과 매출은 급감했고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적자, 2015년엔 79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주당 66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3달러까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인수 당시 가격의 4분의 1 토막이 났다. 파산의 전조가 사방에서 나타났다.
위기에 직면한 미탈 회장은 2016년 2월 '액션 2020플랜'이라는 5개년 위기 극복 프로젝트로 승부수를 띄웠다. 유럽·미국 사업장을 중심으로 극도의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를 통해 연간 9000만t 판매체제에서 영업이익을 30억달러 증대시키고, t당 영업이익을 61달러에서 85달러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또 현금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잉여현금흐름, 즉 사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에서 각종 비용과 세금·설비투자액 등을 빼고 남은 현금흐름을 매년 20억달러 이상 꼭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아르셀로미탈이 극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액션 2020플랜'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동률이 저조하거나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익성이 낮은 공장들, 예를 들어 미국의 라플라세공장과 빈톤공장, 스페인의 사라고사 공장 등을 매각했다.
반면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이탈리아 일바 철강회사를 사들였고, 미국의 캘버트공장은 가동률을 늘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량을 증대시켰다. 이런 강력한 비용절감과 글로벌 제철소 운영효율성의 증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량 증대 조치들은 브라질과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 아르셀로미탈이 소유한 세계 60여 개의 제철소와 광산에서 과감히 추진됐다.
공장 매각과 고품질 강판 생산으로 탈출
그 결과 2015년 52억달러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63억달러로 증가했고, 올해는 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1t당 영업이익도 2015년 62달러에서 작년 75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8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순부채와 순부채비율도 지난해 111억달러, 1.8배에서 올해 말에는 99억달러, 1.26배로 각각 줄어들 전망이다. 이럴 경우 '액션 2020플랜'의 조기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미탈 회장은 지난 7월 말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의 실적 호전은 글로벌 철강가격의 회복에도 일부 기인하지만, 주된 동인은 '액션 2020플랜'에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잭스에퀴티리서치는 "지난 1년간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이 회사 주식은 향후 더욱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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