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문화 담은 책 펴낸 ‘상근이 아빠’ 이웅종씨 / 반려동물 수 늘었지만 교육 무관심 / 생후 3∼16주 사이 성격 형성 중요 / 짖을 때 “안 돼” 외치면 응원 착각 / 산책도 잘못하면 되레 스트레스 / 과잉사랑 말고 통제·보상 병행을
반려견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휴가철 버려지는 개부터 산책하는 노부부·초등학생을 물어 중상을 입힌 개까지 문제도 다양하다. ‘상근이 아빠’로 유명한 이웅종(47)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그릇된 애견문화 때문에 이런 문제가 터져나온다고 본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 책을 쓴 이웅종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한 펫카페에서 사모예드종 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 대표가 반려인(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인식 변화를 위한 책을 냈다. 제목은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다. 직설적이라 덜 세련된 제목이지만, 여기에는 그가 전하려는 핵심이 다 들어 있다. 14일 서울 강남구 한 펫카페에서 만난 그는 “반려동물 수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올바른 교육문화는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심한 분리불안을 겪고 과하게 짖는 개,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는 개, 유기견까지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개와 사람 모두) 기본 예절교육이 안 돼서 문제가 커지고 있어요. 반려인들에게 ‘개 교육 시키세요?’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아니요, 왜 시켜요’ 해요. 반려견 문제의 90%는 사람 때문입니다. 국내 반려견 인구 1000만명 중 진정한 반려인이라 불릴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아요.”
책에서 그는 귀여움만 ‘소비’하려 개를 택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꼬집는다. 반려인이 되려면 개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개와 사람은 서로 외계인에 가까울 만큼 다른 종이고 개는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육은 개에게 더 큰 사랑을 주기 위한 것이고, 개와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한 해결책”이라며 “교육이 되면 문제견이 확 줄어들고, 문제견이 줄면 이웃 간 갈등이 풀리고 유기견도 적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개를 인간처럼 대하는 대표 사례로 화려한 옷을 입히고 염색하는 문화를 들었다. 개는 색맹이다. 게다가 앞을 보도록 특화돼 자신의 옷을 보지 못한다. 개가 짖을 때 큰소리로 ‘안 돼’라고 외치는 것도 잘못된 방법이다. 개는 이를 응원으로 착각한다고 한다. 잘못된 방식의 산책 역시 개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다.
이 대표에 따르면 문제견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후 3주부터 16주까지가 열쇠다. 이때 강아지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많은 세상과 사람을 보여주라고 조언한다. 그는 “새끼 때 밖에 나가면 큰일 날까봐 과잉보호하면 개에게 분리불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16주 후 생후 1년이 될 때까지는 ‘다지기 시간’이다. 개는 첫 1년간 사람의 사춘기까지 삶을 모두 겪는다.
“강아지는 경험을 기반으로 행동하고,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져요. 개가 한번 물면 다음에 또 물어요. 말로 ‘안 돼 하지 마’ 백날 해도 소용 없어요. 잘못하면 그만두게 하고, 이걸 잘 기억하면 보상해주세요. 통제 후 기억, 보상입니다. 개한테 ‘까까 먹자’ 하면 빨리 달라고 짖어요. 그러면 얼른 주지 말고, 앉아서 기다릴 때만 줘야 해요. 무조건 ‘오냐오냐’ 하면 안 돼요. 꾸짖음과 보상을 적절히 맞춰줘야 해요. 칭찬은 8, 야단은 2 정도로요.”
그는 “반려인과 개가 함께 교육돼야 한다”며 “아무리 혈통 좋고 비싼 개라도 교육이 잘못되면 ‘멍견’, 유기견·잡종이어도 교육이 잘 되면 ‘명견’”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로 26년째 개 훈련사로 일하고 있다. 개 훈련사에 관심 가진 건 군대에서 군견을 보살피면서부터였다. 1991년 제대한 그는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정 개 관련 업체를 찾았다. 현재는 애견훈련소 대표뿐 아니라 천안연암대학 전임교수, 한국반려동물문화연맹 대표를 맡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는 몰티즈 한 마리, 훈련장에서는 11마리를 따로 키우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개는 진도견”이라며 “충성심, 복종심, 귀소 본능, 청결함이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진도견이 우리나라 개인데도 어르신들만 좋아하고 젊은층에서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며 “독일은 한때 강아지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4%를 차지할 정도였고 영국·미국도 고유 견종을 많이 개량할 정도로 관심이 많은데…”라며 아쉬워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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