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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3분만에 'J얼러트' 경보… 일본, 대피시간 6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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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개월새 11번째 도발]

지난달 北 미사일 때보다 경보 2분 앞당겨… 더 빨라진 대응시스템

- 北미사일 일본 도달 전 발령

전날 오후부터 발사 징후 포착… 쏘자마자 실시간 긴급방송·문자

- 일본의 집요함으로 만든 'J얼러트'

美위성→日방위성→총리·국민

초기엔 경보 오작동 등 실수 속출… 지진·미사일 겪으며 시스템 안착

15일 오전 6시 57분 북한이 또다시 일본 머리 위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쐈다. 유엔이 아홉 번째 대북 제재를 결의한 지 사흘 만이다. 지난달 29일에도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에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 북부 홋카이도(北海道) 하늘을 가로질러 태평양에 떨어지는 루트는 똑같았다. 그러나 이날 쏜 미사일(3700㎞)이 지난달(2700㎞)보다 1000㎞쯤 더 날아갔다. 위력도 셌다고 NHK가 보도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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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일본은 분 단위로 대응했다. 방위성은 전날 오후 위성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란 판단을 내리고 비상 경계에 들어갔다. 15일 새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미군 조기 경계 위성이 일본 방위성에 관련 정보를 보냈다.

방위성은 다시 이 정보를 24시간 돌아가는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와 일명 'J얼러트'라 불리는 전국 즉시 경보 시스템 송신기에 전달했다.

위기관리센터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J얼러트는 일반 국민에게 바로 정보를 전파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인도 방문을 마친 뒤 전용기에 올라 귀국 중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3분 만인 오전 7시 정각, 수만 피트 상공 아베 총리가 북한 도발 보고를 받고 "정보 수집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지상에서는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 등 12개 광역 자치단체에 사는 주민 2500만명이 총리와 같은 시각에 미사일 발사 경보를 받았다.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건물이나 지하에 들어가세요" 다급한 메시지가 해당 지역 기초자치단체 수신기에 일제히 떴다. 주민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사는 농촌에서는 들판에 사이렌이 울렸다. 통신회사를 통해서는 해당 지역 휴대전화에 J얼러트 메시지가 일괄 전송됐다. 케이블 TV에도 J얼러트 발령을 알리는 자막이 떴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까지 오려면 아직 4분이 더 지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전 7시 4분에서 6분 사이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빠져나갔다. 두 번째 J얼러트 경보가 울렸다. "미사일 통과, 미사일 통과, 수상한 낙하물을 보면 손대지 말고 신고하라"

17일 전에도 겪은 일이라 이날 일본의 대응은 정부도 민간도 속도가 빠르고 실수도 적었다. 지난달에는 미사일 발사 4분 만에 관저에서 자는 총리에게 첫 보고가 들어갔다. 이날은 발사 3분 만에 비행기에 탑승 중인 총리에게 1보가 갔다.

지난달 NHK는 발사 15분 뒤 첫 기사를 내보냈다. 미사일은 이미 태평양에 떨어진 후였다. 이번엔 9분 만에 관련 방송을 시작했다. 미사일이 막 머리 위로 날아가고 있을 때였다.

일본의 주요 철도회사들은 이날 오전 7시 J얼러트 발령 직후 동북부와 나머지 지역을 잇는 신칸센을 멈춰세웠다가 미사일 통과를 확인한 뒤 7시 9분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신칸센 운행이 30분 가까이 중단됐던 지난달보다 혼란이 적었다.

문부과학성은 "미사일 때문에 등교 시간을 늦춘 학교가 지난달(63곳)보다 이날(222곳)은 세 배 가까이 늘었지만 휴교까지 하는 곳은 4곳에서 1곳으로 줄었고 등굣길 혼란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문부성 관계자는 "지난달 J얼러트 발령 이후 학교별로 학부모와 교사들이 다음엔 어떻게 할지 방침을 정한 결과"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J얼러트는 집요할 정도로 끈질기게 위기에 대비하는 일본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J얼러트는 소방청 방재행정망에서 출발했다.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2007년 2월 돗토리현 등 일부 지역에서 시험 운용에 들어갔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거치며 전국으로 확대됐다.

인공위성이 파악한 정보를 전국 기초자치단체 수신기와 통신회사에 실시간으로 바로 전파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초기엔 실수가 속출했다. 2011년 3월 산리쿠 앞바다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엉뚱한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2012년 4월 오키나와 현에서 미사일 경보 훈련을 했을 때도 경보를 못 받는 마을이 곳곳에서 나왔다.

일본은 그때마다 어디서 뭐가 잘못됐는지 세세하게 집계해 문제점을 보강했다. 이제까지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일본이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J얼러트를 발령한 건 모두 4회다.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 각각 한 차례씩 오키나와현에 발령했다. 광범한 지역에 J얼러트를 발령한 건 지난달과 이날이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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