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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설] 文 대통령 우왕좌왕으로 5000만 국민 어디로 끌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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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일 만에 다시 일본 상공을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비행거리 3700㎞로 유사시 한반도 증원군이 집결하는 괌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였다. 앞으로 실제로 괌 인근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그 미사일은 우리 머리 위를 넘어간다. 김정은은 최대한 빨리 미 본토에 도달하는 핵미사일을 완성하고 대한민국을 먹잇감으로 하는 대미 담판을 벌이려고 한다. 누가 뭐라든 그 일정표대로 행동하고 있다. 실제 고지(高地)가 그의 코앞에 있다.

이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도 이 사실을 안다. 아마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 정부만 그 사실을 모르거나 보지 않으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대북 갈팡질팡과 우왕좌왕은 이 명백한 현실을 회피하고 눈감으려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대북 유화책을 발표할 때마다 도발로 이를 깔아뭉개고 있다. 벌써 몇 번째다. 이번에도 통일부가 북에 800만달러 상당 인도 지원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 도발했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말로 대북 규탄을 하다가 곧이어 유화책을 내놓는다. 정말 무슨 목표를 갖고 5000만 국민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북 도발 후, "우리에게는 (북 도발을) 조기에 분쇄하고 재기불능으로 만들 힘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수소폭탄 추정 핵실험까지 한 북에 대해 어떻게 무엇으로 맞서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북의 6차 핵실험 폭발력은 최대 16만t으로 추정된다. 우리 현무 미사일 폭발력은 늘려봤자 2t이다. 그마저도 어제 대응 차원에서 쏜 한 발은 발사 직후 추락했다. 재기불능은 우리가 당할 수밖에 없다. 핵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핵뿐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독자 핵무장과 전술핵 반입을 다 일축했다. 이렇게 자국의 카드를 다 없애버리고 스스로 빈손이 된 대통령이 핵무장 북을 재기불능으로 만든다고 한다. 김정은이 웃고 세계가 웃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핵우산을 믿고 있나. 미국 핵우산은 북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갖추는 순간 작동이 정지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동맹국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다. 입장을 바꿔 우리라면 그렇게 하겠나. 설사 미 핵우산을 신뢰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작동하려면 한·미동맹이 그야말로 철통같아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가 채택된 지 이틀 만에, 북의 미사일 도발 움직임을 알고 있음에도 대북 지원을 발표해 미·일을 아연케 했다. 미 국무부는 관련 질문에 "한국에 물어보라"고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은 어제 북 미사일 도발 후에는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내일은 또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다. 국민은 문 대통령이 안보 문제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더 불안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핵무장 북이 미국과 담판을 눈앞에 둘 만큼 파워를 갖게 됐는데 한국이란 먹잇감을 놔두고 제 정권 보장에 만족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무나 순진하다. 북은 정권 안전을 위해 핵 개발을 시작했을지 몰라도 이제 그들의 목표는 훨씬 더 상향됐다고 봐야 한다. 어느 나라든 그러지 않겠나. 정부가 안보에 순진하면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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