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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Why] 실수로 공개한 최현우 마술, 저작료 안 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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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트릭 비밀 알아내거나 유튜브 공개 영상은 문제없어

사실상 지식재산권에 가까워… 표절 땐 마술사들로부터 '왕따'

조선일보

실수로 마술 트릭이 공개된 뒤 마술사와 조수가 멋쩍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유튜브 캡처


마술 공연 중 실수로 다른 마술사의 마술 트릭을 공개해버렸다면 어떤 책임을 지고 얼마를 물어줘야 할까. 지난 5일 마술사 최현우(39)씨는 서울 한 호텔에서 공연하다 마술 트릭이 공개되는 봉변을 당했다. 전면이 철창인 큰 상자를 천으로 가렸다가 치우면 사람이 나타나는 마술을 하던 중이었다. 최씨가 철창을 천으로 가리기도 전에 상자 뒷공간에 있던 연예인이 상자 뒷면을 밀면서 나와버렸다. 상자 뒤쪽 숨겨진 공간이 그대로 드러났다.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자 트릭을 공개해버린 아이돌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저작권료로 얼마를 물어줘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반응도 많았다. 최근 방송에서 마술사 최씨는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공중부양 마술 저작권료로 4억5000만원을 준 적이 있다"며 "마술계에도 음악·출판계와 비슷한 저작권이 있다"고 말했었다.

엄밀히 따지면 마술에는 저작권이 없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물만 보호 대상으로 본다. 다른 마술사가 제작한 책이나 영상을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지만 공연을 보고 스스로 트릭의 비밀을 알아내 같은 트릭을 사용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

저작권 논란이 계속되자 최씨는 지난 12일 "그날 마술은 '구스타프 파솔라'라는 20세기 초 마술사의 오래된 마술을 응용한 것이라 저작권 문제는 없다"며 "마술계에서 저작권은 지식재산권에 가깝고 마술사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규칙으로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국제마술사협회(IBM)는 윤리강령으로 ▲다른 마술사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마술 창작자와 소유권자는 마술 연출, 효과에 관한 독점 사용권과 사용 허가권을 갖는다라고 정해 표절을 금지하고 있다. 마술잡지 '아르카나' 박중수 편집장은 "원안자의 허락 없이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공개하면 동료 마술사로부터 비판받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은 없지만 표절할 경우 마술사 세계에서 외톨이가 된다는 의미다. 1990년대 말 미국 폭스TV에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나와 다른 마술사의 트릭을 공개했던 마술사 발렌티노는 동료 마술사와 수차례 소송전을 벌이고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마술사들은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디어 대신 마술 도구로 로열티를 받는 방법을 택했다. 비둘기가 사라지는 새장은 55만원, 그림이 사라지고 사람이 나타나는 캔버스는 300만원 식이다. 카퍼필드의 4억5000만원짜리 마술도 카퍼필드의 공중부양 아이디어와 장치 가격이다. 국내 대표 마술사인 이은결(36) 마술사와 최현우 마술사 소속사 모두 "원작자가 있는 퍼포먼스와 마술 도구는 원작자의 허락을 구하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한다"면서도 "공식 절차와 시장 가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가격과 사용 기한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술 저작권 관련 칼럼을 쓰는 백경태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2014년 마술이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마술을 포함한 공연은 보호 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며 "마술이 공연예술 저작물 요건을 갖춘다면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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