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폴란드, 새 가스관…“러시아서 에너지 독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2년엔 크로아티아까지 개통…미국·카타르산 수입도

중동부 유럽, LNG터미널 가동 등 ‘의존 줄이기’ 안간힘

경향신문

폴란드 국영 가스 기업 가즈시스템이 남서부 돌니실롱스크주의 두 도시 비에르츠호비체와 체소프를 잇는 가스관을 12일(현지시간) 개통했다. 길이 14㎞ 가스관이지만 의미가 작지 않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독립을 이루겠다는 야심이 담겼다.

폴란드는 비에르츠호비체~체소프 가스관을 북쪽으로 스비에노스치에로 연결하고, 남쪽으로는 크로아티아 크르크섬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가스관은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차례로 경유하며 중부 유럽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이른바 ‘남북 가스 회랑’ 프로젝트다. 2022년 완공 계획으로, 비용으로 500억유로(약 67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스비에노스치에에는 2016년 가동을 시작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 있다. 크르크섬에서도 2019년 완공 목표로 LNG 터미널 공사가 진행 중이다. LNG 터미널은 해상운송을 거치는 LNG를 보관하고 공급하기 위한 설비다. 과거처럼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면, 굳이 수억달러를 들여 터미널을 지을 이유가 없다. 터미널 건설은 가스 수입다변화를 위한 필수단계다.

폴란드는 2015년부터 카타르산 LNG를 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최초로 미국산 LNG까지 수입했다. 2014년부터 LNG 터미널을 가동하고 있는 리투아니아도 지난달 처음 미국산 LNG를 선적했다. LNG는 운송 비용 때문에 가스관을 통해 수급하는 러시아 가스보다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를 위해 수입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들 국가의 판단이다. 수급처를 늘리면 러시아 가스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리투아니아는 2014년 러시아산 천연가스 100㎏을 수입하는 데 48유로를 냈다. 하지만 LNG 터미널 가동 이후인 지난해에는 100㎏당 26유로까지 내려갔다. 시장 독점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이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덕분이다.

2012년 기준 폴란드는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80%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체코와 불가리아는 100%, 슬로바키아는 99.5%에 달했다. 가스밸브를 무기로 삼는 러시아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발트해저 1200㎞ 구간에 깔린 노드스트림 가스관을 확대하는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곧바로 가스를 보내는 노드스트림이 확대되면 이들 국가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진다.

폴란드는 스비에스노스치에에서 LNG 터미널뿐 아니라 덴마크와 이곳을 연결하는 발틱파이프 공사도 진행 중이다. 덴마크에 들어온 노르웨이산 LNG를 수급하기 위한 가스관이다. 2022년 발틱파이프가 가동되면 이곳 터미널을 통한 가스 공급량은 지금의 2배가 넘는 100억㎥까지 늘어난다. 국내 생산량까지 합치면 전체 수요를 초과한다. 폴란드는 발틱파이프 가동에 맞춰 가즈프롬과의 가스 수급 계약까지 끝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수입한 가스를 재수출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리투아니아도 가스 재수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