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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거래소 이사장 돌연 추가공모… 권력 실세 파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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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한국거래소는 12일 “차기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금융권에서는 김광수(왼쪽)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새로운 후보와 경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국거래소 후임 이사장 선임이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돌연 추가 공모를 실시키로 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추가 공모는 한국거래소의 자체 결정이 아니라 금융 당국 등 외부 개입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당초 13일 1차 서류 심사 합격자 3명을 선정해 통보하고, 면접 절차를 진행해 오는 28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었다. 추가 공모를 할 경우 이런 절차가 한 달 정도 지연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류 심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데 추가 공모를 한다는 것은 기존 절차를 백지화한다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관치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지만 증권사,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석하는 주주총회에서 선출한 뒤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정부 내 불협화음… 장하성 정책실장 견제설

금융권에서는 이번 추가 공모의 배경으로 정부와 금융 당국 내에서 '자리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주요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원장과 산업은행 회장은 대선 캠프 측 인사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거래소 이사장과 수출입은행 행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천한 인물로 정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대2로 나누는 구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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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인사 구도는 대선 캠프 측 인사들이 미는 인사로 "확정적"이라는 말까지 돌았던 김조한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낙마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금융 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시민단체까지 반대하는 사태로 김 전 사무총장이 낙마하고, 그 자리에 최흥식 전 하나금융그룹 사장이 낙점됐다. 금융가에선 장하성 정책실장이 최 금감원장을 적극 추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정부 내부에서 "장하성 인맥이 너무 많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변양균 인맥'으로 거론되면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견제를 받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차기 거래소 이사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장하성 인맥'으로 분류되면서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공모 파행 겪어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에도 인사 파동을 겪었다. 2013년 6월에 후보 공모를 시작해 11명이나 지원했는데, 새누리당 의원 출신과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등이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 관치 인사 논란이 불거져 공모 자체가 3개월간 중단됐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사장 자리는 결국 모피아 출신으로 증권사 사장을 지낸 최경수씨에게 돌아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때도 추가 공모, 재공모 등이 거론됐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실제로 추가 공모를 한다고 하니 더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isla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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