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슈뢰더 "지금 한국 시대정신은 미래위한 與野 협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대담

매일경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왼쪽)와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대담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재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일의 사민당·녹색당 연정을 이뤄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한국은 그동안 여야가 교체되면서 정책의 지속성이 문제가 되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현재의 정책이 미래의 결실로 이어지기 위한 협치(Coalition)를 할 적절한 시점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당제가 자리 잡은 지금은 당리당략적인 정책 논쟁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당들이 협력하는 게 한국의 '시대정신'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출국 하루 전인 12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대담을 하고 5박6일 동안 둘러본 한국에 대해 "이 나라는 지금 대화와 타협이 성공할지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느꼈다"고 총평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하나의 정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할 수 없는 정치지형이 지속돼왔고, 한국도 기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난 이후 "문 대통령께서 국민의 참여를 통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노조와 이익단체 등과 잘 대화하고 타협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도 개혁적인 국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의 해결책을 쥐고 있는 3국이 공통된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행스럽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개국의 공동 보조 없이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이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가 가스 등 에너지 협력을 통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러시아는 서구권을 벗어나 극동에 안정적 에너지 공급처가 필요하고, 한국은 (탈원전 이후)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 그는 "영국이 내린 역사상 가장 잘못된 결정"이라며 "지금 런던에 있는 모든 금융기관들이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파리 등으로 떠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기업이라도 관세가 언제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높은 영국보다는 다른 나라에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신 유럽연합(EU)은 더욱 강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페인·포르투갈처럼 경제가 힘들던 나라들도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치인"으로 평가하며 프랑스도 마크롱 대통령 집권 이후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로화의 미래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Whatever it takes)' 유로화를 구할 것이라고 했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연설을 인용하며 "어떤 투기세력이 달려들어도 유로화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군사 활동 재개도 유럽에 큰 위협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은 어떤 러시아 지도자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에 대한 군사 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발틱해 연안 국가 일부만 위협적이라고 느낄 뿐, 유럽에 실체적 위험은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세계 정치 지도자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예측 가능성"이라며 "그러나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어떤 국가보다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돼버렸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의 모델이 되고 있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대학 기업 정부 민간 등 4자가 협력한 결과"라며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 플랫폼에 참여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월드클래스300기업협회(회장 윤동한) 초청으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도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기술 중심의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영어에 '저먼 미텔슈탄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독일은 중소기업 육성이 잘된 나라"라며 "한국도 월드클래스300 등 뛰어난 기업이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장 회장에게 "중소·중견기업 부문에 있어서 한국과 독일이 협력할 것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 정부 들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경제·사회 전반에 큰 변화와 개혁도 계획하시는 것 같다. 한국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문 대통령을 응원했다. 문 대통령은 슈뢰더 전 총리가 전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 데 대해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으로 과거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데 아직 우리는 그 문제들이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왼쪽 손목에 여러 겹의 끈으로 된 팔찌를 문 대통령에게 보여주면서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저에게 이 팔찌를 직접 팔에 걸어주셨다"며 "정말 감동의 순간이었고, 이 팔찌를 받은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 송민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