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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종갓집' 기재부의 인사적체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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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회 과장, 타부처 동기는 국장

1급 이상 고위직 인사가 막힌 탓

"부총리가 힘없어 그래…" 불만도

조선일보

/조선DB


“다른 부처에 근무하는 행시 동기들은 대부분 국장인데, 우리는 기약이 없네요.”

기획재정부 A 과장(행시 38회)은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국장급 회의에 참석한 뒤 “온종일 울적했다”고 했다. 각 부처 국장들이 테이블에 앉고 따라온 과장들은 그 뒤쪽에 놓인 의자를 이용했는데, 다른 부처 국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행시 동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행시 성적 좋다고 기재부로 발탁됐는데, 자존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종가(宗家)인 기획재정부가 인사 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행시 기수를 기준으로 할 때 다른 부처에 비해 서너 기(期)씩 승진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재부는 차관 2명이 모두 30회이고, 1급은 30~32회, 국장은 32~35회로 채워져 있다. 과장급은 37~38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에서는 기재부라면 1급이나 국장에 그칠 32~33회가 차관이다. 기재부 산하 국세청도 33회가 차관급인 국세청장을 꿰찼다. 인사 적체가 심해지면서 기재부 과장들 사이에서는 “과장만 7번째다” “다른 부처 전출이나 해외 파견 근무라도 생각해봐야겠다” 등의 푸념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지난 5일 기재부가 행시 32~35회를 국장급에 기용하면서 “젊은 인재를 발탁했다”고 발표, 불에 기름을 부었다는 뒷말이 나왔다. 기재부 간부 B씨는 “다른 부처에선 벌써 차관이나 1급 하고 있을 기수가 이제 겨우 국장인데, 젊은 인재 타령을 한다”면서 “기재부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오히려 기재부 디스카운트(discount·불이익)만 커지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 인사 적체가 심해진 것은 1급 이상 고위직 인사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마다 기재부는 1급들을 다른 부처 차관이나 외청장으로 보내 인사의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차관급으로 영전한 기재부 1급은 예산실장을 지낸 박춘섭 조달청장뿐이다. 기재부 세제실장이 맡아왔던 관세청장 자리도 변호사에게 돌아갔다.

기재부 일각에서는 “인사 적체의 원인은 김동연 부총리가 현 정부에 지분(持分)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재부 간부 C씨는 “과거 부총리들은 다른 부처 차관 자리 등에 여러 명을 내보내 승진 자리를 척척 만들어냈는데 지금은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재부 출신은 똑똑하니까 다른 부처 장·차관으로 나가야 한다는 식이라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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