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시 우리 문학계에서 다루기를 꺼려했던, 인간 내부에 잠재한 본능적 욕구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이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문학은 ‘허구’이고 ‘그럴듯한 거짓말’이기에 상상적 허구의 세계를 통해 그 어느 것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양서나 교훈서로서의 문학은 앞으로 문학 취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시나 소설만큼은 구성이나 문체(文體)에 있어서도 에세이나 평론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소설을 쓸 때 문장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고 말했는데, 교양주의나 교훈주의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문체와 담론 방식을 추구해 친근감 있고 가벼운 문장을 쓰도록 애썼다.
에세이를 쓸 때에도 그는 서구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담론 방식이 싫어 동양식의 자유롭고 분방한 아포리즘 형식을 빌려 글쓰기를 좋아했다. 아포리즘(aphorism)은 격언, 금언처럼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는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구속돼 해직되는 아픔을 겪었고 이후 복직됐지만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의 자격을 잃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는 시대를 앞선 문제의식으로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혔고, 창조와 상상의 자유를 우리 문학에 불어넣은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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