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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법원 “과도한 비행업무로 숨진 항공사 사무장,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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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망 3달전 월평균 123시간 비행, 야간에만 42시간

법원 “사망 전 비행시간 늘고, 시차 큰 지역 오가 업무 가중”

“비행기 내 휴식 못 취해 근무환경 열악” 지적도


잦은 장거리비행과 야간비행 등 격무에 쓰러져 숨진 항공사 사무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숨진 항공사 사무장 ㄱ씨(사망 당시 42)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1995년 국내 한 항공사에 객실승무원으로 입사한 ㄱ씨는 2011년 사무장으로 승진했다. 국제선 운항 땐 일반 객실승무원으로 일했고, 국내선 운항 땐 일반 승무원을 지휘하는 업무를 맡았다. 숨지기 전해인 2015년 그는 248차례 비행기에 오르며 매달 평균 109시간21분을 상공에서 지냈다. 특히 그해 10월에는 야간에만 42시간35분 비행하는 등 총 비행근무시간이 123시간을 넘었다. 사망 전 2주간 영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국제선 비행만 3차례 한 그는 지난해 1월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회사로 출근하다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ㄱ씨가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다 지병이 악화돼 숨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평소 앓던 고혈압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돼 사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ㄱ씨가 숨지기 전 3달 동안 매달 평균 114시간께 비행하는 등 평소보다 비행시간이 늘었고, 특히 시차 8시간 이상 지역을 10차례나 오가는 등 업무 강도가 가중됐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또 불규칙한 업무패턴이나 열악한 근무환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재판부는 “ㄱ씨가 주로 일한 비행기는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소음과 진동이 지속되는 데다 신체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독립된 휴식처인 ‘벙커’가 협소해 근무 중 적절히 휴식을 취하기도 어려워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했다. 이어 “국제선 장거리비행의 경우 불과 며칠 사이에 밤낮, 계절이 바뀌어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1~2일 객지에서 휴식시간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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