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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정리뉴스]청와대 '베스트청원'엔 "여성도 군 복무" 외에도···공론장 역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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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여성 군 의무복무화’ 청원에 친박(박근혜)계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해 이슈화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이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현재(10일 오전 10시) 12만1000여명에 이릅니다. (▶“이슈만 시켜도 문재인 지지율 폭락” 친박단체 회원들이 ‘여성 징병제’ 청와대 청원글 서명하는 이유)

기사에 따르면 이 청원이 상위권에 오르면 문재인 대통령 혹은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 관계자가 그 내용에 대해 답을 해야한다는 점을 노렸다고 합니다. 친박계 단체들의 의도는 통할까요? 청원게시판 취지를 밝히는 청와대 공지는 다음과 같이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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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문구 그대로 보면 꼭 참여자 수가 많다고 해서 그 청원에 정부가 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약 참여자 수가 많은 청원에 정부가 답변을 해야한다면, 지금 청원게시판 내 ‘베스트 청원’에서 정리한 참여자 수 상위권 청원들이 답변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럼 과연 어떤 청원들이 베스트 청원에 올라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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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많은 참여자를 모은 청원은 ‘청소년보호법 폐지’입니다. 청원인은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의 신체·정신적 발달이 빨리지고 있으니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폭행 사건’이 계기가 돼 지난 3일부터 청원을 받기 시작해 현재 26만2000여명이 서명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다른 청원은 11만6000여명이 참여해 3위에 올랐습니다.

그 다음은 ‘여성 군 의무복무화’ 청원입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역차별 받는다는 인식에서 나온 청원은 또 있습니다. 현재 1만6000여명이 참여해 5위에 올라있는 청원은 ‘1인 가구 여성 임대주택 70% 지원 정책 폐지’를 요구합니다. 청원인은 “국가가 나서서 남녀 편가르기를 하는 것 같다”며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집값 70% 지원하는 거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청원은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여성 전용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두고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정책은 정부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시중 임대가격보다 70% 정도 싸게 여성들에게 공급하되 월소득 150만원 이하인 여성들부터 우선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밖에도 한 사립유치원 원장이라며 실명을 밝힌 사람이 올린 유아교육 비용 지원방식 관련,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올린 기간제교원 정규직화 반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지지하는 이들이 참여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경질 요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국제결혼 관련 지원 폐지, 내년도 민간어린이집 보육료 25% 이상 인상, 수능 상대평가 유지 및 정시모집 확대 등 청원이 참여자 수 기준 상위 10위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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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한다는 취지 아래 열린 청원게시판. 처음엔 청원이 하루 수십건씩 올라오더니 현재는 하루 수백건에 달합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청와대 청원은 ‘청원등록→청원시작→청원종료→브리핑’ 순으로 진행되는데, 아직 정부 브리핑까지 연결된 사례는 없습니다.

국민 청원에 정부가 직접 답을 하는 방식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 중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홈페이지 구성이나 사용방식 면에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이 만든 청원사이트 ‘위더피플’을 닮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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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더피플은 2011년 9월 문을 연 뒤로 백악관과 미국 시민 사이의 주요한 소통 채널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청원 답변을 받으려면 한 달 내 10만명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간단힌 e메일 인증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여러 차례 시민 청원에 답했습니다. 2015년 7월 미국 국가안보국(NSA) 내부고발자인 에드워드 스노든 사면 청원을 거부한 것(▶백악관, "스노든은 돌아와 재판 받아라" 사면 청원 일축)이나, 2014년 그해 12월26일을 공휴일로 지정해달라는 연방 공무원들의 청원에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화답한 사례(▶“공무원들 하루 더 쉬세요” 오바마의 크리스마스 선물)가 대표적입니다. 2013년 1월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치명적 비밀병기 ‘데스 스타’를 제작해달라는 다소 ‘기발한’ 청원이 올라왔고, 백악관이 비용이 85경 달러가 드는 점 등을 들어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미 백악관, 영화 스타워즈 속 ‘데스 스타’ 건설 청원 거부)

백악관보다 더 개방적인 청원제도를 갖춘 곳도 있습니다. 청원위원회를 둔 영국의회는 청원웹사이트에서 1만명 이상 참여한 청원에는 정부가 답변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10만명 이상 참여하면 의회 공개토론 대상이 됩니다. 지난해 1월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선 예비후보 입국을 막자는 청원이 올라왔고, 실제 57만여명 이상이 서명하자 영국 하원의원들이 이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습니다. (▶‘트럼프 영국 입국 막을까’ 의회 토론 이끈 ‘시민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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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인 청원들은 그 자체로 그 사회가 직면한 이슈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아, 교육, 정치개혁, 문화, 언론, 체육, 인권, 성평등 등 여러 분야에서 각종 청원들이 올라옵니다.

그럼 청와대가 답변할 첫 청원은 무엇이 될까요? 당장 답을 해야한다면 청소년보호법 폐지나 여성 군 의무복무화가 참여자 수가 가장 많은 만큼, 안건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청원들로 보입니다.

무엇이 됐든 스스로 ‘민주정부 3기’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청원게시판이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케 하는 공론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요? (▶[정희진의 낯선 사이]‘베스트 청원’이라는 슬픈 광기)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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