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아메리카 퍼스트" 월풀의 공격, 삼성과 LG "공동전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이프가드 충돌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수입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사에 대한 공청회를 연 가운데,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월풀에 대항해 삼성과 LG가 공동전선을 꾸려 대항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갑작스럽게 늘어 미국 제조업체가 피해를 입었을 때 즉각 문제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덤핑과 같은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판단이 서면 즉각 수입제한 조치를 걸 수 있다.

이코노믹리뷰

기사와 무관함. 삼성전자 세탁기. 출처=삼성전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세이프가드는 미국의 가전업체 월풀이 청원했다.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다 반덤핑 규제를 받자,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여전히 덤핑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프 페티그 월풀 회장은 공청회에 직접 참석해 "세이프가드가 필요하다"며 "이대로 가면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풀의 청원은 표면적으로 우회 덤핑을 제지하자는 취지지만, 사실 삼성과 LG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 월풀은 글로벌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과 LG의 협공에 점유율을 크게 상실한 상태며 안방인 미국에서도 38.4%의 점유율을 확보, 16.2%의 삼성과 13.1%의 LG에 추격당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공동전선을 꾸려 대항하기로 했다. 팀 벡터 삼성전자 미국법인 사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늘린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기술력으로 승부하자"고 말했다. 나아가 삼성전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팀 벡터 사장은 "뉴베리에 2020년까지 954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생활가전 생산거점을 구축한다고 지난 6월 발표한 상태다. 투자규모는 3억8000만달러며 고용규모는 일자리 954개다. 삼성전자 윤부근 대표는 “삼성전자는 40여년간 미국에서 가전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패밀리허브 냉장고, 플렉스워시 세탁기, 플렉스워시 건조기 등 소비자를 배려한 혁신적인 프리미엄 가전 제품들로 미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번 생산거점 확보를 계기로 미국에서의 사업확장은 물론 글로벌 가전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국 소비자, 기술자, 혁신 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믹리뷰

뉴베리 삼성전자 가정공장 부지. 출처=삼성전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전자도 반격에 나섰다. 존 리들 LG전자 미국법인 부사장은 "LG전자 세탁기 점유율 상승은 순전히 기술력의 성과"라며 "비 경제적인 방식으로 월풀이 반격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정부도 보폭을 맞췄다.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은 세이프가드 공청회에 직접 참석해 삼성과 LG로 인해 미국 내 산업피해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가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통상분야 전문지 인사이드 US 투데이에 따르면 공청회에 참여한 하원의원 일부는 삼성과 LG의 투자 위축을 우려하며 세이프가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월풀 공장이 들어선 지역의 하원의원은 월풀에, 삼성과 LG의 투자가 이뤄지는 지역의 하원의원은 삼성과 LG로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ITC는 10월5일까지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를 최종 판결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LG의 논리에 큰 문제가 없지만,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여전한 상태에서 월풀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가 미국에서 각각 52.51%, 32.12의 반덤핑 관세를 받았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문제제기는 월풀이었다. 지난 2015년 월풀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월풀은 ITC의 반덤핑 규제 결정이 알려지자 '즉각 환영'의 입장을 표명하며 "3000명 월풀 공장 직원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중국산 세탁기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끼쳤다고 한 ITC의 판정은 시장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관련법 준수는 물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 가치를 제고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전자도 "매우 유감"이라며 "ITC의 중국산 세탁기 부품 가격 책정 방법이 실제와 큰 차이가 있고, 미국 내 산업에 끼친 피해가 없음을 지속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 드럼세탁기 1위인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프리미엄 매출 비중을 지속 확대해 관세 장벽을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를 파악한 월풀의 반격이 결실을 맺을 것이냐, 아니면 삼성과 LG가 또 다른 대안을 마련해 비 경제적 공격을 분쇄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시선이 집중된다.

최진홍 기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