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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깡마른 모델 안 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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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구찌, 공동헌장 발표 "너무 마른 모델, 거식증 부추겨"

건강진단서 제출도 의무화

조선일보

거식증으로 숨졌던 프랑스 모델 - 프랑스의 모델 이사벨 카로가 자신이 앓고 있던 거식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2007년 밀라노 패션 주간에 맞춰 공개한 나체 사진. 그는 3년 뒤 숨졌다. /Oliviero Toscani


세계 명품업계 1·2위를 다투는 프랑스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케링(Kering)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공동 헌장을 발표했다고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 등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패션모델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세계 명품 시장을 주도하는 두 기업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LVMH는 루이뷔통·디오르 등을, 케링은 구찌 등의 유명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이 헌장은 이달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가 두 기업은 앞으로 프랑스 기준 34 사이즈(한국 기준 44 또는 XS) 이하의 모델을 기용하지 않게 된다.

이 헌장을 도입한 이유는 젊은이들이 왜곡된 미(美)의 기준으로 거식증에 걸리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프랑스에선 지난 2010년 거식증에 시달리던 모델 이사벨 카로(당시 28세)가 끝내 숨지면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패션업계가 마른 모델들을 앞세워 비정상적인 신체 이미지를 젊은이들에게 각인하고, 거식증을 '장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프랑스 의회도 지난 5월 패션모델 건강보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라 모델들은 2년마다 체질량지수(BMI)를 포함한 건강진단서를 보건 당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영양 상태가 미흡하다는 판정이 나오면 모델 활동을 할 수 없다. 모델 에이전시나 디자이너들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모델을 고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7만5000유로(약 1억원) 상당의 벌금형이나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LVMH와 케링의 모델 복지 헌장은 프랑스 국내 모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에서 활동하는 자사 소속 모델들에게도 적용된다. 케링 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패션 업계 전체가 패션모델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선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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