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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예측불허 北 위험, 한국경제 '돌발악재' 급부상(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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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학습효과 생겼다지만…

"횟수·강도 면에서 과거와 달라"…커지는 긴장감

국내 금융시장 혼란 더해 실물경제도 타격 가능성

'장관급' 기재부·한은·금융위 수장 4일 머리 맞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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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기자] 부쩍 잦아진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돌발악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만큼 내성도 생겼다는 평가가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서는 잊을만 하면 다시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정책당국과 금융시장 전반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최대 뇌관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대 불확실성, 北 리스크

3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오는 4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관련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다.

당초 예정됐던 건 차관급 합동점검반회의였다. 하지만 장관급이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은 북한 리스크가 과거부터 이어진 패턴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리스크의 강도와 횟수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북한 핵실험 직후인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확대간부회의도 열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휴일임에도 기재부 1급 이상 간부들이 모두 모였다.

이 총재도 최근 유독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 확대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날 제6차 핵실험을 한 것부터 지난달 29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겨우 닷새 만이다. 지난달 초에는 북미간 독한 설전이 오가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불과 한달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지금껏 지정학적 리스크의 패턴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었다. 북한이 먼저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쏜다고 해도, 전면전 우려는 거의 없었다. 학습효과가 생긴 것도 이런 전례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의 선제공격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그 갈등의 횟수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잦아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이제는 핵을 폐기하기 어렵다”면서 “리스크의 강도도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는 곧장 국내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달 내놓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8월) 109.9로 전월(111.2) 대비 1.3포인트 내렸다. 최순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달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104로 전월 대비 5포인트 내렸다. 지난 4월(8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심리의 하락은 곧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뜩이나 주머니가 얇아진 경제주체들의 수요가 약한 상황인데,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소비심리 불안 등이 대두되면서 올해 초 경기 낙관론이 퇴색되고 있다”면서 “이런 불안심리가 확산될 경우 실물경제 확장성을 제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가 8일 발간하는 ‘경제동향 9월호(그린북)’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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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초사’ 국내 금융시장

금융시장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한반도 긴장감은 ‘셀 코리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까지도 과거부터 이어진 내성은 유효하다는 평가가 다수이긴 하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하루 만에 원화·주식·채권의 가치가 오르며 안정을 되찾았다. 예전 핵실험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예컨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는 당일만 코스피지수가 0.3% 하락한 후 곧장 상승했다. 2차 핵실험(2009년 5월)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역시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는 묘한 긴장감이 국내 금융시장을 누르고 있다. 최근 반복된 북한 도발의 강도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당장 4일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표시 자산을 내던지고, 국내 원화·주식·채권의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제 펀더멘털이 약해지는 와중이어서 충격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금융시장 한 인사는 “이번 북한의 무력시위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가 원화 자산을 보는 시각이 어두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더 쉽지 않아졌다”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장기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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