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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살해당한 프랑스 18세 소녀…사건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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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토대로 한 르포문학 '레티시아-인간의 종말'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11년 1월 프랑스의 호텔 레스토랑 직원인 열여덟살 소녀 레티시아 페레가 실종됐다. 용의자 토니 멜롱은 며칠 뒤 체포됐지만 레티시아는 12주가 지나서야 토막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용의자가 여러 번 전과가 있는 누범자였음에도 보호관찰을 확실히 하지 못했다며 판사들을 질책했고 이에 항의해 판사들이 유례없는 재판 거부에 나서기도 했다.

신간 '레티시아-인간의 종말'(알마 펴냄)은 프랑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레티시아 사건을 소재로 역사학자 겸 작가인 이반 자블론카가 쓴 르포 문학이다.

책은 사건을 둘러싼 수사 과정과 함께 레티시아와 토니의 삶을 추적한다. 레티시아의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는 어머니를 구타하고 성폭행했다. 결국,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레티시아는 쌍둥이 언니 제시카와 함께 위탁가정에 맡겨져 착실한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위탁가정의 양부가 오랫동안 제시카를 성추행해왔다는 사실이 레티시아의 사후 폭로된다.

레티시아 살해범인 토니 멜롱 또한 암울한 과거가 있었다. 어머니는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해 아이를 낳았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에 주먹을 휘둘렀다. 부모는 이혼했지만, 어머니의 새 동반자 역시 토니를 구타한다. 토니는 15세부터 감옥을 드나들며 전과자가 됐다.

책은 레티시아 사건을 단순한 '사건사고'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건 너머에 있는 무너진 가정과 그 속에서 상처받는 아이들, 여성들이 겪는 폭력을 폭로한다.

2016년 실험성과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한 작품에 주는 프랑스의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받았다. 김윤진 옮김. 516쪽. 1만7천500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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