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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중 수교의 상징' 프로골퍼 안병훈 "문화 차이? 못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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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탁구 스타 안재형-자오즈민 아들…"스포츠 경기는 한국 응원"

리우올림픽 태극마크 달고 출전…"페덱스컵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 거두겠다"

연합뉴스

안재형·자오즈민 아들 안병훈 신한동해오픈 우승
(서울=연합뉴스) 세계적인 '핑퐁 커플'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외동아들인 안병훈이 20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제31회 신한동해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부모님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9.20 << 신한금융그룹 제공 >>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4일이면 한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지 25주년이 된다.

최근 두 나라는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1992년 8월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약 37배나 증가했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수교 당시인 1992년 63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과 중국 교역 규모가 2014년 기준 2천354억 달러로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두 나라 인적 교류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1992년 13만 명에 불과했던 한국과 중국의 인적 교류는 2015년 기준 1천59만 명으로 80배 정도 급증했다.

특히 수교 이전 한국과 중국 인적 교류를 상징했던 '스타 커플'이 있었다. 바로 안재형(52)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과 자오즈민(54) 부부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초반 국제대회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싹 틔웠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은 외교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말 그대로 난관의 연속이었다.

이념 대결이 치열하던 때였으므로 한국과 중국 정보기관에서도 둘의 교제에 개입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안재형과 자오즈민이 나란히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언론의 관심은 경기 결과가 아닌 둘의 만남 여부에 쏠릴 때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교제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우여곡절 끝에 1989년 결혼에 골인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3년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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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안재형-중국 자오즈민 결혼
탁구 안재형-중국 자오즈민 결혼. 1986.4.1 <저작권자 ⓒ 2002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현역 시절 안재형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고 자오즈민은 서울아시안게임 단식 금메달, 서울올림픽 단식 동메달, 여자복식 은메달을 목에 건 스타 선수들이었다.

둘 사이의 아들 안병훈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1년 전인 1991년 9월 태어났다. 생일이 서울올림픽 개막 3주년인 1991년 9월 17일인 점도 공교롭다.

부모로부터 운동 신경을 타고난 안병훈은 탁구처럼 작은 공을 갖고 하는 운동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공의 무게는 15배나 더 무거운 골프 선수로 성장했다.

탁구공은 지름 4㎝에 무게 3g이고 골프공은 지름 4.2㎝에 무게는 45.9g으로 차이가 크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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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 남자골프 국가대표 안병훈
안병훈 부모님(안재형, 자오즈민)과 어린 시절 가족사진 [CJ제공] 인물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 2015년 유럽골프 메이저 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안병훈은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이 제 나이와 비슷한 수교 25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니 느낌이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 활동 무대를 넓힌 안병훈은 '직접 느낀 한국과 중국 문화의 다른 점'을 묻자 "가까운 나라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또 어머니가 한국에 사신 지 오래되셔서 별다른 점도 느끼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제가 중국 문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한국 문화와 다른 점이 어떤 게 있는지 잘 모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모의 뒤를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부모가 현역 시절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안고 브라질로 향한 그는 11위로 대회를 마쳤으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는 호평을 들었다.

특히 리우올림픽에서는 공동취재구역에서 중국 매체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안병훈은 "사실 큰 대회에 가면 중국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도 있지만, 평소에 그런 일이 자주 있는 편은 아니다"라며 "최근 중국 골프의 성장세도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중국골프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투어도 있고 최근 중국 선수들이 유럽투어나 PGA 투어에서도 성적을 내고 있다"며 "최근 중국이 골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좋아하는 유명인이 있느냐'고 묻자 안병훈은 "아빠하고 엄마"라고 답한 그는 '혹시 한국과 중국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어느 쪽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한국"이라고 뜻밖에 명쾌한 답변을 전해왔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까지 나갔던 선수다운 답변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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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 '벙커샷'
(서울=연합뉴스) 안병훈이 28일 인천 청라지구 베어즈베스트청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32회 신한동해오픈' 연습 라운드 7번 홀에서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2016.9.28 [신한금융그룹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다만 '최근 사드 문제로 인한 양국 갈등'과 관련한 이야기에는 "저는 골프 선수라 정치적인 질문에는 답하기 곤란하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세계 랭킹 65위인 그는 14일 끝난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는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28위를 기록했다.

안병훈은 "하반기에 페덱스컵 랭킹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시즌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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