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friday] "전시회라면 주눅드는 사람도 '패션 전시'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국 V&A 미술관 패션 큐레이터 오리올 컬렌

요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제품'을 넘어 '작품'으로 승부한다. 예술과 접목하거나 브랜드 역사를 펼쳐 보이는 전시를 국내서 앞다퉈 열고 있다. 문화적 안목이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에게 예술적 취향으로 접근하려는 새 전략이다.

'패션 전시'의 대명사로 꼽히는 곳이 165년 역사의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V&A)이다. 연간 30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 최대 장식 미술·디자인 전문 미술관으로, 1952년 이래 패션 전시가 꾸준히 열려 왔다. 이곳 현대 패션 부문 선임 큐레이터 오리올 컬렌(41·사진)이 최근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전(27일까지 DDP) 특별 강연에 초청됐다. 코톨드 미술학교 패션사학 석사를 마치고 런던 박물관을 거쳐 V&A에서 10년 넘게 일해왔다.

조선일보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컬렌은 "패션 브랜드들이 높은 수준의 전시를 활발히 열어 미술관들도 분발하고 있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문화 예술 분야의 높은 문턱을 넘는 데 패션이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고 했다. "도자기에 대해 잘 몰라 주눅 드는 사람도 재킷에 대해서는 '무거워 보여' '절대 안 입을 거야'라며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죠. 패션에 대해선 누구나 경험을 갖고 있으니까요."

V&A의 대표적 패션 전시로 그는 엑스레이로 드레스를 촬영해 구조를 드러내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전(진행 중), 최다 방문객 기록을 세운 알렉산더 맥퀸전(2015), 최근 마무리된 '속옷의 역사'전 등을 꼽았다. 모델이 자유롭게 미술관을 누비며 전시된 침대에 앉거나 도자기를 만지기도 하고, 합창단이 노래하는 등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패션 전시다.

내년 5월에는 패션을 소비할 때 환경과 윤리를 고려하는 젊은이들 성향을 반영해 '자연에서 온 패션'전을 준비 중이다. 컬렌은 "패션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적·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패션이 굳이 예술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제 막 패션 전시에 입문하는 국내 관객에게 컬렌은 '좋은 패션 전시의 조건'에 대해 조언했다. "스토리가 펼쳐지는 전시, 현실을 초월하는 경험을 주는 전시, 뭔가 더 배우고 바꾸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전시죠." 그는 "최근엔 인스타그램에 퍼뜨릴 사진에만 관심을 기울여, 세트 디자인만 공들인 패션 브랜드 전시도 종종 눈에 띈다"며 "관객은 많이 끌지 모르겠지만 좋은 전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컬렌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미술관 리움에 가볼 계획이라며 들떠 있었다. 런던 패션위크 기간 중 영국문화원이 매년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쇼케이스' 심사위원을 맡아오면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흥미롭게 지켜봤다고 한다. "서울은 놀라운 패션 도시예요. 젊은 디자이너들은 거침없이 소신을 표현하고 색감도 뛰어나죠. 창의성과 개성, 역동성과 에너지가 넘쳐요."

[최수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