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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friday] '미쉐린 별 5개' 품은 여성 셰프 "내 요리로 '감각의 포만' 느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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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파우' 오너셰프 루스카예다

"영양보다 감각을 채워주는 음식이 목표입니다."

바르셀로나 인근 바닷가 마을에 있는 '상 파우(Sant Pau)' 오너셰프 카르메 루스카예다(Ruscalleda)는 예순다섯이라는 나이와 자그마한 체구에서 예상 못 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최고 영예인 별 3개를 획득한 여성 요리사는 전 세계에 단 5명. 그중에서도 루스카예다는 상 파우 본점(3개)과 도쿄 분점(2개)을 통해 총 5개의 별을 받아 '세계에서 미쉐린 스타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여성 요리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루스카예다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 없다. 어릴 적 꿈은 디자이너. "보석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죠."

조선일보

①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쉐린 스타를 보유한 여성 셰프 카르메 루스카예다는 요리사 모양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꾸미는 걸 좋아하지만 요리사라서 손톱을 칠하거나 반지·팔찌를 착용할 수 없어 귀고리에 집착해요.” ②14코스 식사 중 3번째로 나온 ‘블루 플래닛(Blue Planet)’. 지구를 형상화한 튈(얇고 바삭한 쿠키의 일종)로 새우요리를 덮었다. /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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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가 되던 1975년 동네 친구 토니 발람(Balam)과 결혼해 식료품점을 열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만들어 팔던 소시지, 햄 등 간단한 음식이 호평받자 자신감이 생겼다. 10여년간 요리 실력을 쌓다가 1988년 레스토랑을 열었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카탈루냐 음식 위주였다. 곧 "나만의 아이디어를 담은 창조적인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를 꿈꾸던 창조 욕구가 음식을 통해서 표출된 거죠."

계절별로 바뀌는 상 파우의 메뉴는 하나의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현재 메뉴는 우주(Universe)가 주제다. '핼리 혜성' '수퍼노바' '일식(Eclipse)' 등 코스마다 천체의 이름이 붙어 있고 거기에 어울리는 색이나 맛으로 구성된 요리가 나온다. 압권은 식사를 마친 뒤 나오는 프티 푸르(petit four·커피나 차와 함께 나오는 작은 케이크 또는 쿠키). 이름이 '태양계(Solar System)'로, 구슬 크기 작은 디저트 9개로 태양계의 축소판을 구현한 아이디어가 놀라우면서 유머러스하다.

그는 "(요리사로서) 여성이라고 해서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했다. "요리는 운동경기처럼 육체적 힘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지 않아요.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분야이지요."

루스카예다는 "은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직 시도해보고 싶은 요리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요. 음식을 생각하면 아직도 두근거려요. 이 열정이 사그라지기 전까지는 계속 요리할 거예요." 세계 미식가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의 요리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상 파우: 코스 186유로, 홈페이지 ruscalleda.cat

■ 스페인 미식투어: 프리미엄 여행사 뚜르디메디치는 ‘스페인 미식투어 8일’을 판매한다. 내년 3월 21일 출국해 28일 귀국하는 6박8일 일정. 칸 로카·에체바리·아수르멘디 등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매일 체험한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미로 미술관, 달리 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 스페인 최대 와인 산지 리오하 와이너리 가이드 투어,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관람도 포함된다. 문의 (02)849-8580, tourmedici.com

[관련 기사] 바를까, 먹을까? 미쉐린 셰프들은 왜 식탁에 립스틱 올렸나

[상 폴 데 마르(스페인)=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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